[문화] 아름다워라, 우리 강산이여…‘인간’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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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새로 쓰는 화인열전1 책표지
겸재 정선: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유홍준 지음
창비
2021년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서도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국보)는 첫손에 꼽히는 걸작이다. 이건희·홍라희 부부가 30대에 수집을 시작한 ‘1호 미술품’이기도 하고 지난해부터 미국·영국에서 이어지는 이건희 기증품 순회 전시에서 3개 박물관 모두가 포함시킨 한국 회화사의 대표작이다.
겸재가 인왕제색도를 그린 건 1751년, 그의 나이 일흔여섯 때다. 평생의 벗 사천 이병연이 세상을 떠날 무렵, 슬픔과 그리움을 담아 비안개 걷히는 인왕산의 모습을 박진감 있게 구사했다. 30대 전반까지도 특별한 화력을 보이지 않던 겸재는 지인들의 수장품을 보고 베끼면서 차츰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해갔고 60대에 이르러 ‘진경산수’를 확립했다. 이후 필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금강전도’(국보) 같은 명작을 쏟아낸 게 70대에 이르러서다. 84세까지 장수하며 그림을 달라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 당대에도 최고의 찬사를 들었고 그의 탄생 350년을 맞는 2026년에도 ‘K컬처 붐’의 중요 자리를 맡고 있다.

겸재 정선이 70대 원숙기에 그린 걸작 '인왕제색도'(국보).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인문학의 줄기는 문화사이고, 문화사의 꽃은 미술사학이며, 미술사학의 열매는 예술가의 전기”라는 신념으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겸재의 일대기를 한 권으로 풀었다. 책은 2001년 출간돼 미술사 분야 베스트셀러가 됐던 『화인열전』의 수정증보판이자 제목 그대로 ‘새로 쓰는’ 1탄이다. 초판 『화인열전』은 8명의 조선 화가들을 총 2권에 묶었지만 25년 만에 새로 쓰는 화인열전은 총 5권 기획으로 10명을 다룰 예정이다. 이 가운데 1인에게 단행본이 할당된 건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뿐이다. 그만큼 한국 미술사에서 겸재의 위상이 독보적이란 의미다.
별권 출간이 가능할 정도로 겸재에 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된 점도 주효했다. 특히 지난해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사상 최대의 겸재 특별전은 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였고, 이에 저자는 아예 새로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초판에 썼던 오류도 스스럼없이 밝히며 학계 연구를 통해 재확인된 겸재의 이력을 촘촘하게 재구성했다. 세간에 도화서 화원 출신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41세에 종9품 말단직을 시작으로 꾸준히 현감·지사직을 수행한 벼슬길이 소개된다. 어쩌면 전문 화원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대의 문인들과 가깝게 교류하고, 부임지 일대를 깊은 애정을 갖고 그릴 수 있던 건 아닐까.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찬탄하면서 저자는 겸재를 ‘우리나라의 화성(畫聖)’으로 불러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비롯한 숱한 베스트셀러로 익히 입증한 필력에다 제작비를 아끼지 않은 듯한 컬러 도판이 책장 넘기는 재미를 더한다. 겸재 산수화 곳곳에서 숨은그림찾기 하듯 짚어주는 ‘유머러스한 포인트’가 다시 전시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부른다.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의 서화실이 대대적인 개편을 마치고 오는 2월 26일 재개관하면서 첫 번째 ‘원 포인트 명화’의 주인공으로 겸재를 조명한다고 한다. 과연 어떤 작품이 선보일진 몰라도, 이 책을 통해 겸재를 한층 깊이 알게 된다면 그때 보이는 건 전과 같지 않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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