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미리 보는 올 가을겨울 남성복 트렌드, 대담한 컬러와 테일러링이 온다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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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위크는 단순히 다음 시즌의 옷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다. 패션 산업 전체의 하반기 흐름을 가장 먼저 제시하는 신호탄에 가깝다. 이 무대에서 드러난 실루엣과 소재, 컬러, 스타일링 문법은 곧 한 해의 트렌드를 규정하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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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은 바이올렛과 오렌지, 옐로와 그린 등 강렬한 컬러를 믹스매치한 룩을 선보였다. 사진 랄프 로렌

막 내린 2026 가을·겨울 밀란·파리 남성복 패션 위크 

올해는 지난 1월 16~20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들이 중심이 된 ‘밀란 패션 위크’가, 이어 20일부터 25일까진 샤넬·디올 등 프랑스 브랜드 중심이 된 ‘파리 패션 위크’가 열리며 올해 가을·겨울 시즌의 남성복을 제시하는 컬렉션 쇼가 개최됐다. 지난해 대대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 후 자리 잡은 새로운 수장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언어로 각 브랜드의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자리였다. 특히 37년간 에르메스 남성복을 이끌어온 베로니크 니샤니앙은 이번 파리 패션 위크 쇼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디자이너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에게 자리를 넘겼다.

새로운 디자이너가 만드는 유수 패션 브랜드들의 컬렉션을 통해 올 가을·겨울 시즌의 남성복 트렌드를 짚어봤다.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크게 ◇컬러의 귀환 ◇테일러링의 재구성 ◇클래식한 패턴의 부활로 정리할 수 있다.

대담한 컬러 팔레트  

최근 몇 년간 패션계를 지배한 것은 ‘조용한 럭셔리’였다. 절제된 실루엣과 블랙·화이트·카멜 등 뉴트럴한 컬러 팔레트가 하나의 공식처럼 통했다. 2026 SS 컬렉션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채색 중심의 옷장에 다시 컬러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흐름은 FW 시즌까지 이어진다. 브랜드들은 뉴트럴한 컬러 위에 선명한 컬러를 덧입히거나, 의도적으로 대비되는 색상을 구성하며 색 자체를 스타일링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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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은 어깨 견장이 있는 폴로 셔츠 등 강렬한 룩을 선보였다. 화사한 보라색 수트도 등장했다. 사진 디올

20년만에 밀라노 남성 패션 위크에 복귀한 랄프 로렌은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2026 FW 시즌 랄프 로렌은 ‘아메리칸 드림 인 이탈리아’라는 테마 아래 브랜드 특유의 프레피룩에 워크 웨어를 가미한 아메리칸 스타일을 선보였다. 룩에 바이올렛, 오렌지, 핑크, 옐로와 같은 경쾌한 색을 과감하게 얹으며 컬렉션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디올은 보다 연극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조나단 앤더슨이 디올에서 선보인 두 번째 남성복 컬렉션이다. 하이패션과 서브컬처, 구조와 해체를 뒤섞었다. 어깨 견장이 있는 폴로 셔츠, 나폴레옹 재킷, 몸을 감싸는 쿠튀르 파카와 보머 캐킷 등 대담한 매치가 이어졌다. 바이올렛과 블랙, 라임과 코발트 블루처럼 강렬한 색채 대비는 컬렉션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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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는 원색으로 룩에 포인트를 줬다. 옐로 컬러 니트와 트렌치코트 위의 청록색 케이프, 분홍색 셔츠는 강렬한 인상을 자아냈다. 사진 프라다

프라다에서는 컬러가 장식이 아닌 호흡에 가까웠다. 뉴트럴한 컬러 위에 올드 로즈·딥 퍼플·이니스 그린을 은근하게 스며들게 하며 미니멀한 실루엣에 생기를 더했다. 절제된 형태와 선명한 색의 대비는 오히려 프라다 특유의 현실적인 세련미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다.

테일러링의 재정의

이번 시즌 브랜드들은 테일러링의 공식을 다시 썼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익숙한 실루엣을 미묘하게 비트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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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는 이번 시즌 가볍고 슬림한 실루엣의 코트를 선보였다. 사진 프라다

극단적으로 슬림한 실루엣을 선보인 프라다가 대표적이다. 코트의 어깨선은 각지고 구조적인 형태이지만 이전 시즌에 비해 가볍고 슬림해졌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코트 아래로 삐져나온 셔츠 소매는 커다랗게 접어 올려 포인트를 줬다. 프라다는 트렌치코트 위에 짧은 케이프를 더하거나, 의도적으로 오염된 듯한 셔츠 소매로 ‘과거의 흔적이 진화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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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는 룩 곳곳에 송아지 가죽과 악어 가죽을 사용했다. 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소재로 테일러링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니샤니앙의 마지막 에르메스 컬렉션은 구조적이면서도 유연한 실루엣에 고급스러운 소재를 더해 브랜드의 장인 정신을 보여줬다. 기능성 새틴과 송아지 가죽은 룩의 곳곳에 쓰였다. 고급스러운 악어가죽으로 수트를 만들어 브랜드의 장인 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1991년에 나온 가죽 점프 수트, 2003년에 출시된 가죽 수트 등 이전 컬렉션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룩으로 니샤니앙의 마지막 쇼를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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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랑은 몸에 밀착되는 실루엣의 니트, 허리선을 강조한 자켓을 선보였다. 팬츠는 여유로운 와이드 핏을 자랑한다. 사진 생로랑

생로랑은 실루엣에 집중했다. 셔츠와 니트는 몸에 밀착됐고 팬츠는 여유로운 와이드 핏으로 선명한 대비를 만들어냈다. 코트와 재킷은 1980년대 파워 숄더를 떠오르게 하는 각진 어깨선을 갖추고 오버사이즈로 풀어냈지만, 허리선은 잘록하게 강조됐다. 재킷은 실루엣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너 없이 연출됐다.

클래식한 체크 무늬  

체크와 헤링본 등 클래식한 무늬를 갖춘 수트는 2026 FW 시즌에도 컬렉션 전반에 사용됐다. 패턴을 갖춘 수트는 남성복의 기본으로 꾸준히 사용돼왔지만, 올해는 톤온톤 체크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무늬가 눈길을 끌었다. 디올은 전통적인 카멜 브라운과 그레이 색상의 체크무늬를 사용했고, 랄프 로렌은 체크무늬 셔츠는 물론 강렬한 타탄 패턴을 룩 곳곳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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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은 고전적인 하운드투스, 헤링본, 체크무늬 패턴에 기능을 더한 새로운 원단 '타임리스 텍스타일'을 선보였다. 사진 루이 비통

이번 시즌 루이 비통은 기능성 패브릭인 ‘타임리스 텍스타일’로 고전적인 패턴에 기능을 더했다. 타임리스 텍스타일은 고전적인 하운드투스, 헤링본, 체크무늬 정장 원단처럼 보이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빛에 반사된다. 어두운 밤 야외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셈이다. 루이 비통은 뉴트럴 톤의 타임리스 텍스타일 수트에 오렌지, 레드, 블루 등 대담한 색상을 포인트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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