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주의정상회의 막 올린 날, 北 예상된 도발…'의무방어' 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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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8일 한 달여 만에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이날 서울에서 개막한 민주주의정상회의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방한 등을 노려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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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가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 44분부터 8시 22분까지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비행체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 미사일은 3발 이상으로 추정되며, 약 300㎞를 비행한 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졌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8일 신형 지대함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이후 33일 만이다. 탄도미사일만 놓고 보면 지난 1월 14일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KN-23·24·25 등 'SRBM 3종 세트' 중 하나일 가능성에 무게를 놓고 분석을 진행 중이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미사일 3발 모두 최고 고도가 약 50㎞를 기록했다는 일본 방위성 발표로 미뤄 '북한판 에이태큼스'인 KN-24가 유력해보인다"고 평가했다. 군 당국 역시 이들 미사일의 최고 고도를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군 안팎에선 미사일의 종류보다 발사의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최적의 시기를 노려 성공 확률이 높은 SRBM이라는 저강도 도발 수단을 고른 것 아니냐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수출해야 하는 북한으로선 그동안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여력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며 "이날로 시기를 고른 건 북한 나름의 계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미사일을 쏜 시점은 민주주의정상회의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막을 올리기 불과 약 2시간 전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블링컨 장관을 비롯, 올리버 다우든 영국 부총리, 팀 와츠 호주 외교부 부장관 등 한국의 동맹·우방국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위협에 함께 맞서기 위해 주요국이 머리를 맞대는 상징성이 큰 행사를 노린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이 존재감 과시 및 한반도 문제에 있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북한 인권문제 등이 다뤄질 수 있어 사전경고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봤다.

이와 관련, 외교부에 따르면 민주주의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날 열린 한·미 외교장관 오찬 회담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도발을 비판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에 의한 서해에서의 그 어떠한 잠재적인 일방적 변경 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면서 앞으로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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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오찬을 겸해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협력에 맞서 북·중·러 공조를 부각하려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 행사를 고려했을 수도 있다. 중국 양회(兩會)와 러시아 대선이 각각 지난 11일과 17일 끝난 뒤에야 도발을 재개한 건 중·러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동계훈련이 마무리되는 시기 작전 운용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 지난 14일 종료된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에 맞대응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밖에 군 당국은 미사일 개량을 목적으로 북한이 이날 발사에 나섰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 SRBM이 러시아로 수출돼 실전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개량은 필수적일 것"이라며 "전장에서 명중률을 놓고 논란이 일자 명중률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4일 한국과 쿠바 수교 이후 쿠바 소식을 전하지 않던 북한 매체들이 한 달여 만에 쿠바 주재 북한 대사의 복귀 소식을 전하면서 '쿠바'를 언급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나라 특명전권대사가 지난 16일 쿠바 공화국 주석을 작별 방문했다"면서 마철수 주 쿠바 대사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만난 소식을 보도했다.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선과 우정'의 인사를 전해 줄 것을 부탁하며 '반미', '반제' 연대를 함께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애써 부각했다. 그러면서 후임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외교가 안팎에선 북한이 쿠바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면서도 한-쿠바 수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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