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마, 돈 좀 그만 쓰시옵소서

본문

Global Money Club

최근 글로벌 증시는 그리스신화 속 에리식톤(Erysichthon)의 비극적 이야기가 월가에 드리우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AI라는 거대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빅테크들이 막대한 현금 자산을 ‘폭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장밋빛 미래가 사라진 자리를 채운 건, 천문학적 지출이 결국 독배가 될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냉정한 계산서입니다. 글로벌머니클럽(Global Money Club)은 최근 블룸버그가 분석한 AI 레이스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합니다.

지난주까지 실적 발표에 나선 알파벳(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은 올해 AI 패권 확보를 위해 총 6500억 달러(약 953조원)에 달하는 자본 지출(CAPEX)을 공언했습니다. 전년 대비 약 60%나 급증한 숫자죠. 이들 4개 기업의 올해 예상 투자액은 지난 10년 동안 역사상 유례가 없습니다.

이들의 지출 규모는 미국 실물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산업군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큽니다.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너럴 모터스(GM)를 비롯해 철도 기업 유니온 퍼시픽, 무선 통신 사업자 버라이즌, 월마트, 엑손모빌, 인텔 등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산업 선두 기업 21곳의 올해 자본 지출을 모두 합치면 약 1800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아마존이 공개한 올해 자본 지출(2000억 달러) 계획에도 못 미치는 규모죠. 기술 기업 한 곳의 자본 지출이 미국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투자 총액보다 더 커져 버린 거죠.

‘AI 허기’ 채우려 무차별 현금 폭식
빅테크 4인방의 베팅은 ‘역대급’입니다. 아마존이 최대 규모고, 구글(알파벳) 역시 시장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1850억 달러의 지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메타는 전년 대비 87% 폭증한 최대 1350억 달러를, MS 또한 1050억 달러를 투입합니다. 이들 4개 기업의 올해 총 투자액은 약 950조 원. 이제 AI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감당 여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됐습니다.

빅테크들이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AI 시장은 결국 ‘승자 독식’의 전장이 될 것이며 레이스 중단은 곧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지출을 성장 투자가 아닌, 생존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잔혹한 통행료’라고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벼운 소프트웨어를 팔던 빅테크들은 땅과 전력 설비에 집착하는 조선·철강·정유사 같은 ‘중후장대형 기업’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습니다. 메타의 유형자산이 2019년 대비 5배나 폭증해 지난해 말 1760억 달러에 달한 것이 그 단면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야망이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천문학적 자본이 이른바 ‘AI 인프라의 세 가지 블랙홀’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① 건설 인프라: 데이터센터 붐으로 전기기사부터 레미콘 믹서트럭까지 인력과 장비 품귀현상이 심각합니다. ② 반도체 수급: 부지를 확보해도 TSMC의 첨단 칩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HBM)를 제때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③ 에너지 및 네트워크: 막대한 전력 소비를 감당할 통합 전력망과 냉각 시스템 확보 역시 큰 과제입니다.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현금을 쌓아 뒀던 빅테크들이 이제는 이 블랙홀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빅테크의 ‘AI 영끌’에 대한 시장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지난주 후반 뉴욕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이들 4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실적발표 시즌을 거치면서 총 1조 달러 가까이 줄었습니다. 모두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는 훌륭한 분기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말이죠.

특히 지난달 29일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MS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을 무려 3570억 달러(약 510조원)나 잃어야 했습니다. 지난해 중국 딥시크 여파로 엔비디아가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930억 달러를 잃은 날 이후 월가 역사상 단일 거래일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폭락이었죠.

bt698baa2141b645fee41e3417b27537e7.jpg

김주원 기자

SW 팔던 빅테크 ‘중후장대형’ 변신
네이션와이드의 수석 시장 전략가 마크 해킷은 “한때 AI를 모든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으로 여겼던 시장이 빠르게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뀌면서 과도한 투자에 나선 기업을 압박하고, 투자 수익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과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시장의 우려는 과장된 것일까요? 이들과 반대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현재 AI 관련 자본지출 수준이 적정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6일 CNBC 인터뷰에서 “AI 인프라 구축은 앞으로 7~8년간 계속될 것이고, AI에 대한 수요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빅테크의 역대급 자본 지출이 기하급수적 수익 증가로 이어질지, 아니면 AI발 거품 붕괴의 시작이 될지는 결국 시간이 말해줄 겁니다.

◆글로벌머니클럽=중앙일보가 블룸버그와 함께 만드는 미국 주식 정보 플랫폼입니다. 매주 월가의 시각을 담아낸 글로벌 마켓 뉴스를 엄선해 선보입니다. 주요 증권사 MTS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7,45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