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얄궂은 노·로 관계…“로봇 반대” 파업, 로봇 투입하면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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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CES 2026’ 컨퍼런스에서 현대자동차 로봇(아틀라스)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테슬라의 옵티머스 모델. [뉴스1, 영상 X 캡처]
“인공지능(AI) 대응 차이가 곧 경쟁력 격차다. 협력적 노사 관계가 필수적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AI 등) 노동 관련 정책을 기업이 정할 때 노동영향평가를 수반해야 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아틀라스(현대자동차 로봇), 옵티머스(테슬라 로봇) 등 휴머노이드 기술의 부상으로 노사 관계 전반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AI 로봇의 도입을 두고 노사 대표자들이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단기적으로 갈등을 피할 수 없고,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대비가 없다면 혼란은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조 현장에 닥칠 첫 번째 갈등은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이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는 강경 메시지를 냈다. 이후 노조는 “단체협약에 따른 논의를 요청한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낮췄지만, 당장 올해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 현대차 단체협약 41조 1항에선 ‘회사는 신기계·기술의 도입, 신차종 개발 및 차종 투입, 작업 공정의 개선, 경영상 또는 기술상의 사정으로 인한 인력의 전환 배치, 재훈련 및 제반 사항은 계획 수립 즉시 조합에 통보하고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조항의 성격상 로봇도 해당할 것으로 보이고 의결이라고 돼 있기 때문에 노조가 반대하면 로봇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두 번째 갈등 국면은 ‘노란봉투법’ 시행 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달리 단체협약 등에 관련 조항이 없는 경우, 로봇 도입은 원칙적으로 경영상 판단에 속하는 사안으로 노조와의 사전 합의 없이도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로봇 도입 여부 자체가 교섭 대상이 되고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의 범위에 포함하도록 법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는 로봇 등 신기술 도입을 경영권 행사로 보아, 결정 자체는 존중하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전직·전환배치나 보상과 같은 사후 대책을 중심으로 협상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로봇 도입 여부 자체가 교섭 의제가 되고,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더 있다. 노조가 적법하게 파업을 했다면 그 기간엔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것(대체근로)이 엄격히 금지된다. 현행법에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해당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도급·하도급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로봇을 대체 수단으로 투입하는 경우에는 법적 제약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파업 근로자 대신 로봇을 투입하거나, 근로시간의 제약이 없는 로봇을 더 가동하는 건 현행법상 불법 대체근로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파업이 무력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사정 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새 사회적 대화기구 출범을 앞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AI 도입에 따른 노동시장 대응 등을 의제로 검토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5일 간담회에서 “AI 도입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은 민주노총이 배제된 경사노위에서 논의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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