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빗썸 ‘유령 비트코인’…장부에 4만개 있는데 62만개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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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연합뉴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의 입력 실수로 비트코인 62만개가 잘못 지급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전산상 단위 오입력 하나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코인’이 유통되면서, 거래소의 내부 통제의 구조적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평가다.
8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자체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애초 249명에게 지급될 예정이던 62만원이 62만 비트코인으로 이체됐다. 당시 시세 기준 약 60조7600억원 규모로, 1인당 평균 2490개의 비트코인이 장부상 계좌에 표시됐다. 당첨자 가운데 1명은 5만 비트코인을 받아 단숨에 자산이 4조9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사고 당시 빗썸 내부 유통량은 4만6000개에서 66만5000여개로 급증했다.

지난 6일 오후 7시30분 이후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시세는 다른 거래소 시세(9800만원대)보다 17% 낮은 8111만원까지 급락했다. [사진 빗썸]
이번 사태는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씩 지급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배당 단위를 잘못 입력해 현금 대신 자사주 1000주를 배당하는 전산 사고를 냈다. 발행 한도를 초과한 자사주가 절차 없이 생성돼 거래되며 주가 급락과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는 빗썸의 내부 통제 절차가 IT 시스템에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수량을 초과해 지급하지 못하도록 입력 단계에서부터 차단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빗썸은 이달 6일 오후 7시20분 오지급 사실을 인지한 뒤 약 15분 후 거래·출금을 차단했으며, 이후 “2단계 이상 결재가 실행되도록 누락된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화 거래소(CEX)의 장부 거래 구조도 사고 배경으로 거론된다. 빗썸과 같은 CEX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거래소 지갑에 보관한 뒤, 거래 시마다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지 않고 내부 장부에 숫자만 반영하는 ‘오프체인’ 방식을 쓴다. 거래 속도와 수수료 문제로 전 세계 대부분의 거래소가 채택한 구조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중개·보관 기능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단일 장부 구조라는 점에서 취약성이 크다. 주식시장은 거래소·증권사·예탁결제원으로 기능이 분리돼 장부가 상호 견제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한 번 오류가 발생하면 거래와 결제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점검회의를 열고, 긴급대응반을 구성한데 이어 8일에도 이틀 연속 회의를 열어 이용자 피해 보상 여부와 현장 점검 상황, 점검제도 개선 필요사항 등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암호화폐 거래소의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에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보고, 모든 거래소를 대상으로 점검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논의와 연계해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외부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보유 자산 현황을 점검받도록 하고, 전산 사고 등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고의·과실과 무관하게 사업자 책임을 묻는 이른바 ‘무과실 책임’ 규정 도입도 논의 대상이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유 자산과 장부상 수량이 상시 일치하도록 점검하고, 보유량을 넘는 지급은 입력 단계에서부터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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