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97화. 호접지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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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정말 미래나 운명을 보여줄까
어느 날 한 사람이 잠자다가 꿈을 꿨습니다. 꿈속에서 그는 나비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랐죠. 거칠 것 없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것이 너무도 자유롭고 편안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한참을 날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 사람이 잠들어 있었죠. 깜짝 놀라 깬 그는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조금 전까지는 나비였는데 그렇다면 사람이 꿈속에서 나비가 된 걸까요. 아니면 나비가 꿈속에서 사람이 된 걸까요.

장자가 꾼 나비의 꿈, 아니면 나비가 꾼 장자의 꿈, 어느 쪽이건 꿈은 우리에게 또 다른 경험으로 가르침을 준다.
‘나비의 꿈(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이 이야기는 중국의 사상가 장자의 설화로,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근본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그의 대표적인 사상을 보여줍니다. 장자의 호기심처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꿈에 대해 궁금해하며 꿈과 현실이 연결되는 이야기를 했죠. 호접지몽뿐 아니라 많은 신화와 설화, 전설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잠을 자면서 맞이하는 꿈이 현실이나 또 하나의 세계가 아닐까, 또는 무언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요즘에도 흔한 태몽이 그중 하나죠. 아기를 낳기 전에 가족이 꾸는 꿈이 아기의 운명을 알려준다는 이야기인데, 불교의 창시자인 부처(붓다)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 마야 부인이 흰 코끼리가 자기 몸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도 합니다. 그 밖에도 여러 위인에게 흥미로운 태몽 이야기가 있죠. 고대 이집트에서는 꿈을 신이 내리는 명령이라 생각했어요. 그리스에서는 꿈의 신인 오네이로스가 계시를 내려준다고 여겼습니다. 다만, 이 꿈에는 진실과 거짓이 있기에 구분해야 하는데, 트로이 전쟁 이야기에서 미케네 왕 아가멤논은 제우스가 내려준 꿈을 그대로 믿었다가 참패를 당하기도 했죠. 유대교 경전이나 구약 성경에도 꿈을 통해 미래를 예견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찍이 ‘해몽’ 관련 파피루스가 남겨진 이집트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해몽의 방법이 전해지는데요. 그중 흥미로운 것은 그리스 철학자 아르테미도로스가 남긴 ‘꿈 해석서(Oneirocritica)’입니다. 그는 꿈을 개인의 직업이나 지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꿈이 보편적인 예언이 아니라고 했죠. 특히 왕이나 대장군처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꿈은 단순히 그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나라나 군대 혹은 한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신의 계시’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꿈을 통해 실제로 운명이 바뀌는 사례도 적지 않죠.
로마에 여러 황제가 존재하던 시대, 황제들은 하나의 권력을 위해 전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지도력은 충분했지만, 군사력이 뒤졌던 한 인물이 있었죠. 마지막 전투를 앞둔 어느 날, 그는 ‘이 표식으로 승리하라’라는 징조를 만나게 됩니다. 그것이 꿈인지 환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징조에 따라 그는 십자가 표식을 깃발에 새기고 승리하죠. 그가 바로 로마를 동쪽으로 옮기고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을 건설하며 기독교를 받아들인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입니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꿈이라는 것이 그만큼 사람들의 믿음에 와 닿는다는 말이 되겠죠.
그렇다면 정말로 꿈은 이처럼 현실을 예언하는 어떤 힘을 갖고 있을까요. 과학적으로 볼 때 꿈은 미래와는 사실 관계가 없습니다. 꿈은 우리의 기억이 뒤섞여서 만들어진 무언가이기 때문이죠. 잠을 잘 때 두뇌에서는 편도체처럼 감정에 관계된 영역이 활발하게 작동하지만, 논리나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은 거의 작동하지 않아요.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따라 수많은 기억이 논리나 판단 없이 재조합되는데, 그것이 ‘꿈’이라는 형태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죠. 다시 말해 꿈이란 ‘미래’가 아닌 ‘과거’의 조각인 셈입니다.
하지만, 꿈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 건 아니에요. 일찍이 이집트에선 병, 특히 정신과 관련한 병을 앓는 사람들이 신전을 찾았습니다. 우울증뿐 아니라 악몽이나 불안, 공포처럼 마음이 아픈 이들은 우선 정결 의식을 치르고 잠을 잤는데, 이때 꾸는 꿈을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여겼죠.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꿈에는 우리 마음을 치료하는 힘이 있어요. 꿈은 우리가 가진 감정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기억의 단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간절히 바라거나 걱정하는 것이 주로 등장하죠. 이들 기억은 다른 감정과 결합하면서 약화하고 그 결과 마음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어요.
끝없이 악몽을 꾸면 반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을 수도 있지만, 악몽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위험’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꿈은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고도 해요. 자동차 시뮬레이션을 통해 교통사고 대비 훈련을 하듯, 꿈이라는 ‘미래의 가능성’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는 훈련을 한다는 거죠. 하지만 꿈은 단지 미래를 대비하는 훈련에 그치지 않습니다.
꿈이란 것은 과학적으로 보면 단지 수많은 기억이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영상에 불과하죠. 하지만 거기에는 우리가 바라고 걱정하는 수많은 감정이 반영되어 의미를 줍니다. 단지 한순간의 신나는 간접 체험일 수도 있고 우리가 걱정하는 일을 대비하게 만드는 장치일 수도 있어요. 설날이 다가옵니다. 설날이면 사람들이 저마다 꿈(초몽)을 통해 운세를 점치곤 하죠. 물론 좋은 꿈으로 즐거운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꿈이건, 여러분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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