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2년간 이 순간 기다렸다…알프스 뒤집은 '평창 맏형' 김상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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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김상겸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4강전에서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봉평에서 자란 스노보더 김상겸(37)이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에 귀중한 이정표를 세웠다. 우리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동·하계 통산 400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것도 설상(雪上) 종목의 본산인 알프스산맥에서 거둔 결실이라 더욱 뜻깊다.

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알파인 평행대회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에게 0.19초 차로 아쉽게 뒤졌으나,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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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김상겸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결승진출을 확정지은후 환호하고 있다.김종호 기자20260208

김상겸의 은메달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1호 메달이다. 그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한국의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이라는 대기록이다. 한국은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고(故) 김성집이 역도 미들급 동메달을 따내며 첫 이정표를 세웠다. 이어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는 김윤만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은메달로 겨울 종목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후 한국은 하계 320개(금 109·은 100·동 111), 동계 79개(금 33·은 30·동 16)의 메달을 수확해 왔고, 마침내 김상겸이 400번째 메달의 방점을 찍었다.

1989년생 김상겸은 올림픽 출전만 이번이 4번째인 베테랑이다. 일반적인 종목이라면 은퇴를 고려할 나이지만, 평행대회전은 이야기가 다르다. 단순한 체력보다는 보드를 섬세하게 컨트롤하는 테크닉과 연륜이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는 김상겸을 물리친 카를을 비롯해 롤란드 피슈날러(46·이탈리아), 안드레아스 프로메거(46·오스트리아) 등 40대를 넘긴 베테랑들이 대거 출전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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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이상호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손드리오주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김종호 기자

평창에서 태어난 김상겸은 봉평초·중·고를 거친 ‘강원도 토박이’다. 스노보드와의 인연은 역설적이게도 약한 몸 때문이었다. 어릴 적 심한 천식을 앓자 부모님이 건강을 위해 육상을 권유했고, 이후 봉평중 2학년 때 교내 스노보드부가 생기면서 처음 설원을 갈랐다. 고향의 여러 슬로프는 그에게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김상겸은 2011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우승으로 한국 스노보드 사상 국제무대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 기세를 몰아 2014년 소치부터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을 거쳐 이번 대회까지 4회 연속 출격했다. 물론 유럽과 북미의 높은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소치와 베이징에선 예선 탈락했고, 평창에선 16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한 리비뇨 설원에서 마침내 오랜 한을 풀었다.

사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는 ‘배추보이’ 이상호(31)에게 쏠려 있었다. 평창에서 한국 설상 최초의 메달을 따낸 선구자이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상겸은 차분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는 대회 전 “선수 생활 중 힘든 순간이 많았고 경기가 풀리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훈련 방식을 찾으며 변화를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여 년간 묵묵히 다져온 노력은 한국 올림픽 역사상 400번째 메달이라는 가장 화려한 결과물로 돌아왔다.

리비뇨=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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