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나무 깎던 이 손, 설산 위 ‘금’ 깎았다
-
2회 연결
본문

17세에 아버지를 잃은 폰알멘은 낮엔 목공으로 돈을 벌고 밤엔 스키에 매진한 끝에 밀라노 1호 금메달을 따냈다. [사진 폰알멘 인스타그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첫 번째 금메달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에게 돌아갔다. 스위스의 알파인 스키 선수 프란요 폰알멘은 지난 7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보르미오의 스텔비오 스키 센터에서 열린 남자 활강 경기에서 1분51초6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로이터 통신은 “폰알멘이 가파르기로 악명 높은 스텔비오 슬로프를 마치 평지처럼 쉽게 내려온 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드라마 같은 고난과 극복의 시간이 숨어 있었다”고 썼다.
17세였던 2018년, 아버지가 비극적인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폰알멘은 스키를 중단하고 목공 기술을 배워 목수로 취업했다. 가구와 목공예품을 제작하고 틈틈이 공사 현장 인부로 일하며 가장의 무게를 견뎌냈다.
하지만 꿈을 버리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를 다시 설원으로 불러낸 건 고향 친구들이었다. 스위스 베른 주의 작은 마을 볼티겐 사람들은 폰알멘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였고, 십시일반 모인 돈으로 출전 비용을 마련해 줬다. 이후 4년 동안 그는 낮에는 목수로 일하고 밤에는 훈련에 매진하는 이중생활을 이어갔다. 인구 1000여 명의 볼티겐 주민들은 그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볼티겐 대표라는 자부심으로 무장한 폰알멘의 기량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2019년 스위스 청소년 대표팀 발탁을 시작으로, 202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 3개를 획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2023년 월드컵 데뷔와 지난해 수퍼대회전 우승을 거쳐 세계선수권 활강 종목까지 제패하며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생애 첫 올림픽인 이번 무대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1인자로 우뚝 섰다.
우승 확정 직후 폰알멘은 이 모든 상황이 영화처럼 비현실적이라며 울먹였다. 그는 이 금메달을 돌아가신 아버지와, 자신이 포기하려 할 때 믿고 도와준 고향 볼티겐 사람들에게 바친다며 공을 돌렸다. 또한 운동선수의 길은 언제나 변수가 있지만, 자신에게는 든든한 백업 플랜인 목수 일이 있다며 마음을 비운 도전이 성공의 비결이었음을 강조했다.
스위스 정부는 그에게 금메달 포상금 4만4000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폰알멘은 “힘든 시절은 이제 지나간 것 같다”면서도 “다음 주면 고향 작업실에서 친구들의 목공 작업을 도와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