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혼성계주엔 삐끗이 없다, 삐‘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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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분석 노트 - 곽윤기의 꽉잡은 분석

곽윤기 JTBC 쇼트트랙 해설위원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은 총 9개다. 그 서막을 알리는 첫 경기는 10일(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에 시작되는 혼성 계주 2000m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혼성 계주는 남녀 선수 각 2명씩 총 4명이 팀을 이뤄 111.12m의 트랙을 18바퀴 돈다.
일반 계주와 다른 점은 주자 순서가 엄격히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남녀 계주는 전략에 따라 교체 순서와 주행 거리, 타이밍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반면 혼성 계주는 여자-여자-남자-남자 순으로 두 번씩 주행한다. 이는 신체 조건이 다른 남녀 선수가 뒤섞여 달리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거리 또한 남자 계주(5000m)나 여자 계주(3000m)보다 짧아 경기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초고속 질주가 이어진다.

쇼트트랙 강국 한국은 10일 혼성 계주 2000m로 첫 경기를 시작한다. 남녀 선수 2명씩 4명이 출전하는 이 종목은 주자 순서가 엄격히 고정돼 있어 단 한 번의 실수도 치명적이다. [뉴스1]
혼성 계주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치명적이다. 넘어졌을 때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교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계주는 인근의 주자가 누구든 터치하면 경기를 이어갈 수 있지만, 혼성 계주는 다르다. 가령 두 바퀴 반을 책임져야 하는 1번 여자 주자가 넘어지면, 정해진 2번 주자가 터치해 앞선 주자의 몫까지 남은 거리를 완주해야 한다.
체격 조건도 승패의 변수다. 2번 주자에서 3번 주자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밀어줘야 하기에, 팀원 간 체중 균형이 맞고 속도가 뒷받침되는 팀이 유리하다. 이번 시즌 월드 투어 1위에 오른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는 남녀 선수 간 체격 차가 크지 않으면서도 압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반면 남녀 세계 랭킹 1위인 윌리엄 단지누와 코트니 사로를 보유한 최강국 캐나다는 혼성 계주에서만큼은 조직력에 빈틈을 보이며 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여자는 최민정, 김길리, 노도희가, 남자는 임종언, 황대헌, 신동민이 나선다. 이번에는 준준결승부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라운드 성적이 우수해야 다음 라운드에서 가장 안쪽 레인을 배정받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기록을 위해 결승용 최정예 조합이 준준결승부터 조기에 투입될 가능성도 크다. 강팀들이 맞붙는 결승에서 인코스를 선점해야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어서다.
한국은 이번 시즌 월드 투어 종합 2위를 기록했고 3차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솔직히 객관적 전력이 독보적인 종목은 아니지만, 상대 팀이 교대 타이밍을 놓치거나 자잘한 실수를 할 때 이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역습으로 성과를 냈다. 우리 선수들의 강점은 실수가 적다는 점이다. 임종언과 신동민을 제외하면 큰 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경기장 빙질은 양호해 보였다. 다만 빠른 속도 탓에 코너를 빠져나올 때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안쪽 공간을 내주며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장면이 빈번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인코스를 공략하는 것이 승부처다. 키 플레이어는 안쪽을 파고드는 능력이 탁월한 김길리다. 그는 월드 투어 3차 대회에서도 환상적인 인코스 추월로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훈련에 몰입한 선수들에게서는 팽팽한 긴장감과 집중력이 느껴졌다. 이준서와 최민정 등 남녀 주장들이 팀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선배들이 일군 역대 최다 메달(26개)이라는 업적에 대한 부담도 크겠지만, 혼성 계주는 우리가 아직 금메달을 따지 못한 종목인 만큼 오히려 도전자의 마음으로 편안하게 임할 수도 있다.
첫 경기는 대회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금메달이라는 결과도 좋지만 과정 또한 소중하다. 이번 경기가 선수들이 실전 감각과 속도감을 익히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든든한 밑거름이 돼 새 역사를 써 내려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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