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램리서치 회장, 미국 외 첫 '벨로시티랩' 한국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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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26'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아처 회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램리서치

“반도체 산업에선 뒤처지는 게 가장 큰 위험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쫓아와도 더 빠르게 움직이면 앞설 수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램리서치의 팀 아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강조한 키워드는 단연 ‘속도(Velocity)’였다.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26’을 찾은 아처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선점 전략을 공개했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공정인 식각(Etch)과 증착(Deposition) 분야에서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최선두 장비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206억 달러(약 29조7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아처 회장은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리는 기업은 가장 긴밀하게 협력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이들”이라며 “속도의 중요성은 혁신부터 공장 생산 증대, 공급망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즈니스 부문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공급망 측면에선 탄력적인 운영을 강조했다. 아처 회장은 “수요가 갑자기 증가할 때 제조 및 공급망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가동해 ‘운영 속도(Operational Velocity)’를 높이는데, 이게 우리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수요가 얼마나 강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 요구에 더 민첩하게 반응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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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26'에서 팀 아처 램리서치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램리서치

한국은 램리서치의 ‘속도전’을 뒷받침할 최적의 전초기지 중 하나다. 램리서치는 2022년 경기도 용인에 최첨단 연구개발 시설인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KTC)를 만들었는데, 최근 새롭게 ‘벨로시티랩’을 열었다. 아처 회장은 “KTC가 향후 5년 내 양산에 들어갈 솔루션을 개발한다면, 벨로시티랩은 5년에서 10년 후에 양산될 획기적인 신기술 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벨로시티랩의 핵심 역할은 ‘패스파인딩(Pathfinding, 기술 탐색 과정)’이다. 아처 회장은 “새로운 소재나 공장 솔루션, 화학물질 같은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으로 장비가 양산 라인에 설치되기 전에 수많은 시도를 거쳐 선택지를 좁히는 작업을 한국의 공급사들과 함께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급 전문 인력이 상주하며 신소재와 공정 솔루션을 탐색하는 이 시설을 미국 외 지역에 만든 건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을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아처 회장은 “한국이 매력적인 점은 오랜 제조 역사를 가지고 있어 고품질의 공급사가 많다는 점”이라며 “높은 수준의 제조 역량과 뛰어난 인재, 탄탄하게 갖춰진 공급망”을 강점으로 꼽았다. 램리서치는 한국에서 연간 5조원 이상의 장비를 생산하며 2만 5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는 ‘AI 반도체 거품론’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수요는 강력한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아처 회장은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서 AI 수요는 앞으로 수년 동안 매우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은 건설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히려 (반도체 기업 수익성에는)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품이 생기려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늘려야 하는데, 클린룸 건설 속도 자체가 수요를 못 따라간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는 반도체의 ‘3차원화(3D)’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처 회장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낸드, 파운드리 등 모든 디바이스가 3차원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램리서치에겐 엄청난 기회”라며 “3차원 구조로 인해 전체 웨이퍼 제조 장비 지출 중 식각과 증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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