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국토장관도 토허구역 핀셋 지정…노·도·강 운명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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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국회에서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1년간 집값 변동률 등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 구역)을 ‘핀셋’ 지정·해제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한 경기 구리·화성시를 토허 구역으로 추가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서울 평균보다 집값이 덜 오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토허 구역에서 풀 수도 있다.

12일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최근 국회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모두 통과해 본회의 처리만 남겨두고 있다.

개정안은 국토부 장관이 동일 시·도 내에서 토허 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동일 시·도 내 지역은 관할 시·도지사가 지정하게 돼 있다.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려면 투기 우려 등이 있는 지역이 2개 이상 시·도에 걸쳐 있거나, 국가 개발사업 등 예외적인 경우로 국한됐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10·15 대책 당시 ‘2개 이상 시·도에 걸쳐 있는 경우’를 준용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유례없이 광범위하게 토허 구역으로 묶었다.

이후 토허 구역 지정이 남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정부는 이번에 지정 요건을 구체화했다. 대상 지역은 땅값이 급격히 오르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 중 ▶지가변동률 등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거나 ▶국가개발사업 등으로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는 지역 등이다. 여기서 ‘지가변동률 등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시행령을 통해 지표화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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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1년 간 집값 변동률·거래량 따라…토허 구역 지정·해제    

중앙일보가 입수한 시행령안에 따르면 ▶해당 시군구의 최근 1년간 집값 변동률이 해당 지역이 속한 시·도 평균보다 크거나 ▶최근 3개월간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해당 지역이 속한 시·도에 비해 큰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개정안은 이 두 가지 지표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는 지역 또는 그와 맞닿아 있어(연접해) 투기적 거래가 확산될 우려가 있는 지역을 토허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법은 토허 구역 지정 기준이 불분명하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지정·해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정량적 기준을 포함시켜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규제 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주택법상 ‘최근 3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1.5배를 초과한 지역’ 등의 근거가 있지만, 토허 구역은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관계자는 “토허 구역은 특히 해제할 때가 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정량 기준이 생기면 여기에 맞춰 해제 또한 검토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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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본지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토대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집계한 결과, 최근 1년간 서울은 평균 8.98% 올랐다. 강남 3구와 한강벨트 등 11개구는 집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14개구는 평균보다 낮다. 특히 개정안에 따르면 중랑(0.88%)·도봉(0.90%)·노원구(1.96%) 등 상승률이 현저히 낮은 지역은 상황에 따라 정부가 토허 구역 해제를 검토할 수 있게 된다.

반대 사례도 가능하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1년간 평균 1.35% 올랐다. 구리시(2.56%), 동탄이 포함된 화성시(2.16%)는 지난해 토허 구역 지정을 피했지만, 과열이 지속되면 토허 구역 지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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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다만 정부가 당장 토허 구역을 추가 지정·해제하기는 부담이 클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토허 구역 지정 자체로 후폭풍이 워낙 세고, 해제 역시 갭투자(전세 낀 매수)로 인한 ‘풍선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날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이후 53주 연속 올랐다. 문재인 정부(85주·59주) 이후 역대 세 번째로 긴 장기 상승세다.

다른 정부 소식통도 “토허제는 올해 연말까지 지정돼 있는 게 기본 전제”라며 “다만 토허 구역이 현재 워낙 광범위한 만큼 국토부 장관이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게 보완 장치를 마련한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개정안은 국토부 장관이 토허 구역 지정 시 관할 시·도지사와 반드시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중앙정부의 일방적 지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찰 등을 사전에 해소하려는 취지다.

누설하면 징역 1년·1000만원 벌금 강력 처벌도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강력한 벌칙 규정도 신설했다. 토허 구역 지정 논의가 이뤄지는 단계부터 지정 내용이 공고되기 전까지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야당인 국민의힘이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토허 구역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내용임에도 중앙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확대했다”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집값 이상 과열이 발생할 경우 과열 확산 전 선제적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며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국민의힘을 설득해 이달 말께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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