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독일 썰매 독주…우리가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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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사진 대한체육회]

썰매 종목에서 독일은 넘볼 수 없는 ‘제국’이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썰매 종목 금메달 10개 중 9개를 휩쓸었던 독일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루지 여자 1인승 금메달을 거머쥐며 8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독일이 이토록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아픈 ‘분단의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1968년 서독이 최초의 인공 트랙을 건설하자, 이에 질세라 동독이 1983년 알텐베르크에 경기장을 지으며 응수했다. 마치 군비 경쟁을 하듯 세워진 슬라이딩 센터는 현재 독일 전역에 4개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여기에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자동차 명가 BMW와 협업해 온 썰매 제작 기술까지 더해졌다. 경기장 인프라와 장비 성능이 성적을 좌우하는 썰매 종목에서, 독일의 독주는 과거 냉전 시대가 남긴 견고한 유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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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가 파일럿을 맡고 있는 4인승팀. 지난달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힘차게 스타트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강철 성벽’과 같은 독일에 균열을 낼 다크호스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 또한 분단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지만, 인프라의 양보다는 집중적인 훈련과 선수 개인이 가진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김진수가 이끄는 봅슬레이 남자 4인승 팀은 지난해 11월, 올림픽 트랙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메달권 진입의 신호탄을 쐈다. 당시 금·은메달은 독일이었다. 김진수 2인승 팀은 네 차례 월드컵에서 4위를 기록하며 독일 팀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번 올림픽이 치러지는 코르티나 트랙은 한국에 천재일우의 기회다. 본래 썰매는 해당 트랙을 수천 번 타본 베테랑 파일럿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이번에는 경기장 개보수 공사로 인해 지난해 11월에야 트랙이 개장됐다. 수십 년간 자국 트랙에서 훈련해 온 독일의 베테랑들도 이곳에서만큼은 한국 선수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해야 한다. 2018 평창의 영웅 원윤종은 “경험의 우위가 사라진 공평한 트랙”이라며 “결국 순수 스피드와 감각의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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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김형근, 이건우(왼쪽부터). [사진 대한체육회]

트랙의 성격 또한 한국의 강점을 극대화한다. 최고 난도를 자랑하는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단련된 한국 팀에게 중상급 난도의 코르티나 트랙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완만한 16개의 커브 구간으로 이루어진 이곳에선 파일럿의 노련한 주행 기술보다 팀워크가 응축된 ‘폭발적인 스타트’가 승부를 가른다.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파일럿 김진수(179㎝·99㎏)는 푸시맨 못지않은 가속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시즌 한국 팀의 스타트 기록이 전 대회 TOP 3를 유지했다는 점이 그 강력한 증거다.

물론 넘어야 할 고비는 있다. ‘미로(라비린티)’라 불리는 공포의 4번 커브다. 구간이 짧아 찰나의 컨트롤 실수만으로도 가속도가 죽거나 썰매가 전복될 수 있는 마의 구간이다. 김진수는 “4번 커브가 다른 곳보다 구간이 짧아서 조그만 컨트롤 실수에도 궤도를 벗어나 가속도가 줄거나 썰매가 뒤집힐 수도 있다”며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최고 자리로 가기 위해선 이 4번 커브를 승부처로 삼아야 한다. 원심력을 잘 활용해 가속도를 최대한 줄이지 않고 통과한다면 깜짝 금메달도 불가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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