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젠더 이슈 생각해본 적 없다…그저 스키를 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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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태어난 엘리스 룬드홀름(23·스웨덴)은 스스로 "남성의 성 정체성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 수술은 받지 않았는데, 성소수자계는 물리·화학적 조처 없이 성 정체성을 바꾸기만 해도 '트랜스젠더'로 인정한다.

룬드홀름은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 예선 경기를 치렀다. 최종 25위로 마쳐 상위 16명이 겨루는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올림픽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하나 남겼다. 그는 이날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역대 최초의 트랜스젠더 선수로 기록됐다. 하계올림픽에는 지금까지 총 24명의 트랜스젠더 선수가 나섰는데, 동계올림픽엔 이전까지 한 명도 없었다.

룬드홀름은 경기가 끝난 뒤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최초의 동계 종목 트랜스젠더라는 이슈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이 자리에 섰고, 그저 스키를 탔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와 함께 경기한 선수들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 스키 국가대표 테스 존슨은 "엘리스가 최초의 트랜스젠더 동계 올림피언으로서 우리와 함께 경쟁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스키를 타고 최고의 무대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환영했다.

다만 트랜스젠더의 동계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가 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근 커스티 코번트리 위원장 주도로 '성전환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에 관한 통합 지침을 새로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IOC 사상 첫 여성 수장이 된 코번트리 위원장은 취임 직후 '여성 종목 보호 워킹 그룹'을 신설해 개혁에 한창이다. '남성으로 사춘기를 거친 성전환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 제한'이 핵심 사안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이 정책은 IOC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 종목 단체(IF)에 공통 적용하는 통합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종목별 특성에 따라 각 연맹이 규칙을 자체 적용하도록 권고했는데, 종목마다 기준이 달라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남성의 성 정체성을 택한 룬드홀름은 이제 '여성 선수'로 올림픽에 나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트랜스젠더 선수들을 둘러싼 여러 시선과 관련해 "모든 사람이 자기 모습 그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선수가 공정하게 경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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