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올해 설부터는 세뱃돈 대신 세뱃글을 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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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설은 예로부터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이었다. 설 명절에 대한 기록은 삼국시대 문헌에서부터 등장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의례와 민간신앙, 복식과 음식, 놀이 등 설 명절 관련 세시풍속 또한 풍성했다.
세종시, 세뱃글 알리는 캠페인 진행하기로
물론 현대에 이르러 이런 의미들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긴 하지만, 설과 관련해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족 친지들을 만나는 데에는 설음식과 교통비 등 비용이 드는 데다, 세뱃돈 등으로 인한 부담도 만만치 않아서다.
이와 관련 세종특별자치시 최민호 시장이 의견을 밝혀왔다. 세종시는 우리나라 행정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한글문화도시로도 유명하다. 아래는 전문.
설날을 앞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현금 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조상들은 새해가 되면 특별한 방식으로 축하의 말이나 글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이를 덕담(德談) 또는 덕필(德筆)이라고 합니다. “새해에는 온 나라가 태평하게 지낼 것이니 마음이 기쁩니다.” “올해에는 아무 병 없고 무탈하게 일들이 잘될 것입니다.”
요즘처럼 ‘부자 되세요’, ‘대박 나세요’ 같은 미래형ㆍ명령형의 글이 아니라, 현재형ㆍ완료형으로 새해 인사를 전한 것이 몹시 인상적입니다. 어른에게 세배를 드리거나, 편지로 안부인사를 나눌 때도 덕필이 자주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해의 행복이 이미 당신에게 도래했다는 선언, 정말 멋지고도 아름다운 일 아니겠습니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새해를 축복하는 순간이 ‘세뱃돈’ 정도로 의미가 위축되는 재미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당장 주고받을 때는 기분 좋을지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금세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 세뱃돈입니다. 또 성인이 되어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릴 때 돈을 받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외려 드리는 것이 옳은지 새삼 되짚어 보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강한 연대감과 정감으로 맺어진 가족들끼리도 이처럼 물질화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관행이 정말 건강한 것인가도 싶습니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그래서 저는 어느 시점부터 아이들에게 ‘세뱃글’을 적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조상들께서 새해마다 일자훈(一字訓), 삼자훈(三字訓) 같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주신 것처럼, 저도 짧지만, 의미 있는 당부를 글로 써주게 되었습니다. 세뱃글은 그리 거창한 말이 아니어도 됩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적어 줘도 좋고, “늘 하던 것처럼만 해라”, “올해에는 건강이 우선”이라는 편안하고 소박한 한 줄이어도 좋습니다.
세뱃글이 매해 전해지고 또 쌓이다 보면 한 가족의 아름다운 역사가 됩니다. 옛 어른들이 주고받았던 새해 서신들이 문집의 구절로도 남고 때때로 오늘날 우리에게도 읽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언제 얼마나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세뱃돈보다 더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가 세뱃글입니다. 가족 간에도 대화가 드물어지고, 이따금 소식이라도 전하면 다행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세뱃글은 공동체의 가치와 정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오가는 SNS 메시지보다 훨씬 함축적이고 뜻깊은 말들을 주고받을 것이기에, 한해의 경구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본격적인 설 귀성이 시작된 13일 고향을 찾은 한 가족이 부산역에서 기다리던 가족을 만나 포옹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그래서 ‘한글문화도시 세종’은 2026년 설을 기해 새해의 바람과 꿈을 담은 세뱃글을 현대의 언어로 풀어내는 캠페인을 벌이고자 합니다. 우리 가족과 이웃에게 건네는 진심을 담은 한마디 글이 물질화된 이 시대의 설 풍경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행복에 기여하는 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치고 외롭고 따분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세뱃글은 또다른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세뱃글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다소 투박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진심을 눌러 담은 한 줄의 문장이 한 해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고, 더 나아가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겠습니까. 2026년 설부터는 세뱃돈이 아니라 세뱃글을 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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