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양도세 이어 대출까지…李대통령, 다주택자 향한 전방위 압박
-
3회 연결
본문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다주택자를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에 이어 대출 만기 제한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다. 금융당국도 이날 금융권 점검 회의를 열어 다주택자의 관행적인 대출 연장과 관련해 신속한 개선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정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집값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투자ㆍ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양도세까지 깎아주며 기회를 줬는데도 버틴 다주택자에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게 공정하냐”며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불이익을 입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버티지 말고 매도하라”는 것이다. 금융권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보유에 금융을 활용하지 못 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5월 9일까지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추가 연장하지 않는 대신, 해당 기간 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중과 전 세율을 적용하도록 최대 6개월의 기간을 부여했다. 그런데도 매물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대출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다주택자 대출 문제를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 X(옛 트위터).
이번 다주택자 대출 제한 조치는 과거 빚을 내 2주택 이상을 매입한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6ㆍ27대책으로 수도권ㆍ규제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추가 주택 매입에는 담보인정비율(LTV) 0%가 적용돼 신규 대출은 사실상 차단됐다. 1주택자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어 9ㆍ7대책에서는 수도권ㆍ규제지역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매매ㆍ임대사업자 대출도 막혔다. 다만 기존 대출은 관행적으로 만기가 연장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의 초점이 주택구입용 주담대보다 임대사업자 대출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대출인 주담대는 30~40년 장기 원리금 분할상환 구조가 대부분이라 만기 연장 개념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임대사업자는 아파트 등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일반적으로 1~3년 단위로 만기를 설정하고, 만기 때 1년 단위로 연장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들은 기업대출을 활용해 가계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만기 연장이 제한되면 자금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2금융권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임대사업자의 경우 보유 물건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임대사업자 대출에서 주거용의 비중은 크지 않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 잔액은 15조1777억원으로 전체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178조4395억원)의 8.5%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대출은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적용해 심사하기 때문에 대출 문턱이 높고, 다주택자 상당수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구조라 차입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당장 매물을 대거 유도하기보다는 정책 의지를 드러내는 압박 메시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전 금융권을 긴급 소집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특히 금융권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다주택자 대출을 점검하기로 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현재 수도권ㆍ규제 지역 내 다주택자 주담대와 주택 신규 건설과 무관한 매입 임대 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금지돼 있으나, 과거에는 이러한 대출이 상당 부분 허용됐다”며 “금융사들이 대출 적절성에 대한 면밀한 심사 없이 관행적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주택자들이 상환 압박이 커질 경우 보증금 인상이나 전세 전환, 실거주 전환을 통한 계약갱신청구권 거절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세입자 이동이 늘고 전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책이 다주택자를 겨냥했더라도 실제 충격은 세입자에게 먼저 전달될 수 있다”며 “금융기관이 판단해야 할 '차주의 상환 능력'을 행정적으로 통제하면 관치금융 논란과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