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이 매워서 더부룩한 줄 알았는데…韓발병률 세계 3위 '이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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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장비에 불이 들어온 모습. 전민규 기자

긴 설 연휴,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건강’입니다. 특히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사망 원인 1위인 ‘암(癌)’입니다. 영유아기부터 노인기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내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이자 최대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명절 기간 살펴볼 5개 암의 예방·치료법 등을 연재합니다. 첫번째는 유문원 서울아산병원 외장관외과 교수가 말하는 위암입니다.

47살 오모 씨는 평소 자녀들과 함께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 먹는다. 하지만 크게 불편한 증상은 느끼지 못했다. 가끔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할 때가 있었지만, "맵게 먹어서 잠깐 그렇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위내시경 검사도 불편하고 거북하다는 생각에 몇 년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가족들의 권유로 마지못해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진단을 접했다. 위에 이상 병변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조직 검사를 해봤더니 점막하층까지 암세포가 침범한 '조기 위암'이었다. 의료진은 자칫 발견이 늦어졌으면 암이 위 근육층까지 퍼져 '진행성 위암'으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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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은 한국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암 중 하나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위암 환자는 2만8943명으로 다섯 번째로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연간 위암 발병률은 몽골·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발병 원인은  

위암이 발생하기까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중 주된 원인은 식습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다. 염분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단백질·지방보다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식사, 검게 태운 음식, 소금에 절임 음식 등도 고위험 요소다. 가공육 보존제로 쓰이는 질산염, 숯에 구운 육류·어류도 위암 가능성을 높인다. 최근엔 비만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으로 만성 위염이 지속하면 위축성 위염으로 나아간다. 이 병이 오래되면 위암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소장·대장 점막과 비슷하게 바뀐 상태) 소견이 나온 사람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다만 다행인 점도 있다. 국내 위암 발생률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단백질·지방 섭취가 점차 늘고, 염장 식품이나 탄 음식 섭취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한 제균 치료가 활발해진 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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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위암과 진행성 위암 비교. 사진 서울아산병원

증상과 진단은

위암은 초기에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매우 경미해서 알아차리기 힘들다. 암이 진행되더라도 자각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위암을 빠르게 발견하기 어려운 편이다.

종양 크기가 커지면서 소화불량과 복통, 속 쓰림, 구토, 흑색 변,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는 위염·위궤양 같은 양성 질환 증상과 유사하다. 그래서 가벼운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그냥 지나쳐 치료 기회를 놓치기 쉽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다.

위암 여부를 진단하려면 위내시경 검사가 제일 정확한 방법이다. 위 내부를 직접 관찰할 수 있고, 의심되는 병변이 나오면 조직 검사를 시행해 암인지 확인한다. 위장조영술도 있지만, 암이 의심될 땐 결국 위내시경을 써야 한다.

위암 검진으로 확인된 환자의 70~80%는 조기 위암으로 분류된다. 1기 위암 환자의 90%는 검진을 통해 발견된다. 증상이 없을 때 빠르게 검사해야 조기 위암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고, 내시경 치료·수술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상으론 40~74세에 2년 간격으로 위내시경 검진을 권고한다. 다만 고위험군은 해마다 검진받는 게 좋다.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있거나, 직계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됐다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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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점막하 박리술 개념도. 자료 서울아산병원

예방·치료법 어떻게 

위암도 다른 암처럼 걸리기 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단백질·지방·탄수화물 등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가능하면 싱겁게 먹는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육류·어류를 검게 태우거나 소금에 절여 먹지 말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자주 먹는 게 좋다. 40대 이후부터 위암 발병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40대 이상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만약 위암에 걸렸다면 진행 단계에 따라 내시경 치료와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조기 위암은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로 치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내시경을 이용해 종양 부위만 제거하는 방법이다. 절개 없이 시행해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위 기능을 보존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이 가능성이 작고 병변이 국한된 조기 위암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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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원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조기 위암을 넘어 진행성 위암으로 진단되면 수술과 항암 치료를 병행하는 식이다. 수술로 완전 절제가 가능하면, 수술 후 병기에 따라 항암 치료를 추가한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원격 전이가 됐다면 항암 치료를 주로 적용한다.

위암 수술 시엔 위의 일부나 전체를 절제하고, 주변 림프절도 함께 제거한다. 최근엔 복강경·로봇을 활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통증과 회복 부담을 줄이고, 환자 삶의 질은 높이고 있다. 다만 진행성 위암은 재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조기 발견·치료가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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