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60년대 남루했던 하숙 마을의 변신…경주 이어 '볼매 공주' 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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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제민천 일대 모습. 한옥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고도 공주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충남 공주시, 옛 웅진은 우리나라 공식 수도 중에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닌 곳이다. 기원전 18년 건국한 백제는 475년까지 약 500년간 한성(서울)을 중심으로 번영했고, 고구려의 남하에 웅진으로 수도를 옮겼지만 기간이 63년(475~538년)에 불과했다. 이후 무령왕의 아들 성왕이 사비(부여)로 천도해 122년 만인 660년 왕조가 패망했으니 삼국 수도 중에서 웅진 시대가 가장 짧다. 그래선지 통일신라를 포함해 약 1000년간 수도였던 경주(서라벌)는 물론 부여에 비해서도 공주는 ‘왕도(王都)’ ‘고도(古都)’ 이미지가 약한 편이다.

“원래 1960~70년대 하숙집이 많아서 하숙마을이라 불리던 곳이에요. 보시다시피 남루했던 집들이 한옥으로 새단장하면서 이곳 제민천 일대 분위기가 확 바뀌었죠. 주말에는 인근의 세종시뿐아니라 서울에서도 젊은이들이 ‘제2의 황리단길’이라면서 식당·카페 찾아옵니다.”

지난 6일 공주 제민천변을 함께 걸으면서 기자 답사단을 안내한 최명진 공주시 고도육성팀장의 말이다. 공주시 소속으로 국가유산청의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최 팀장은 지난 10년간 공주시의 변화를 앞장 서 지켜본 인물이다. 이 변화란 말하자면 1500년 전 웅진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고도 공주의 매력을 도시 곳곳에 되살리는 일이다. 경주 황남동의 황리단길 못지 않게 ‘볼매 공주’(볼수록 매력적인 공주) 이미지를 북돋우려는 노력이다.

가장 중심이 된 게 한옥 지원 프로젝트. 낙후한 집들을 한옥으로 신축하거나 개보수하면 공사비의 50%를,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모든 가구가 해당하는 건 아니고 공산성~제민천~무령왕릉 일대의 경관을 고려해 구역을 정했다. 대표적으로 무령왕릉과 왕릉원(옛 송산리고분군) 아래의 송산마을은 수십채가 어우러져 한옥마을 분위기가 완연하다. 일부는 가정집이고, 일부는 카페·식당·한옥스테이 등으로 영업한다. 지원에 한옥 용도 제한은 없단다.

“원래는 문화재(문화유산) 보호 규제 탓에 개발이 제한돼서 주택들이 거의 슬럼화됐죠. 한옥 지원 사업이 추진되면서 보시다시피 마을도 이쁘장해졌고 사는 분들도 문화재 구역이란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국가유산청 이종훈 역사유적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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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반죽동 당간지주 공원’의 당간지주(幢竿支柱·절의 깃발을 다는 장대인 당간을 세우는 두 돌기둥).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백제 성왕 때인 527년 창건됐다는 대통사(大通寺)와 관련성으로 주목받는 유산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역사문화 도시로서의 공주의 매력을 더하기 위한 문화유산 발굴·재정비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반죽동 당간지주 공원’ 같은 경우 국가지정유산 보물인 당간지주(幢竿支柱·절의 깃발을 다는 장대인 당간을 세우는 두 돌기둥)를 중심으로 새단장이 한창이다. 이 당간지주는 백제 성왕 때인 527년 창건됐다는 대통사(大通寺)와 관련성으로 주목받는 유산이다. 이곳을 기점으로 웅진 시대 최대 사찰인 대통사의 흔적을 찾고자 노력하는 한편, 그 같은 역사성을 안내판 등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에전엔 일반 공원 안에 당간이 있어서 사람들이 문화유적의 가치를 알 수 없었어요. 2018년부터 40억원 예산을 투입해서 공원 곳곳에 흩어졌던 석조물을 한데 모으고 동선을 정비한 덕에 시민들은 물론 다른 데서 온 방문객들이 도심 안에서 백제시대를 떠올려볼 수 있게 됐죠.”(최명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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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반죽동 당간지주 공원’ 인근의 대통사 폐와무지. 백제 성왕 때인 527년 창건됐다는 대통사(大通寺)와 관련성으로 주목받는 유산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고도’ 공주가 주목받게 된 것은 2015년 부여·익산 등과 더불어 총 8개 유적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지구’로 등재되면서다. 공주시 안에선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이 해당되는데, 이들 유적지에 대한 보수·복원과 경관 가꾸기가 본격화하면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공산성 뷰 맛집’ 등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후 ‘왕릉교 한식회랑’이 조성되고 구도심 곳곳에 전통 담장이 들어서면서 도시 전체가 단정하게 나이 든 공주마마처럼 변하고 있다. 누군가는 ‘경주 따라하기’라고 실눈 뜰지 몰라도 실은 ‘공주의 얼굴’ 되찾기다.

“짧은 기간 백제 수도였지만, 그게 공주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예컨대 ‘황새바위 성지’는 충청도 각지에서 잡힌 천주교도 1000여명의 순교지인데, 이유가 공주에 충청감영(충청도 관찰사가 집무하던 관청)이 있었기 때문이죠. 역사가 오래된 만큼 각별한 사연이 많은 공주의 매력을, 천천히 걸으면서 느끼시길 바랍니다.”(최명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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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구도심 고마나루에 위치한 곰사당. 고마나루는 ‘웅진’이란 지명이 태동한 공간으로 조선시대에는 이 일대에서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가 이어졌다. 사진 국가유산청

웅진 지명 태동한 고마나루…이런 돌곰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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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왕도심 역사·문화 코스. 사진 공주시

공주 곳곳 안내센터에선 ‘왕도심 문화지도’란 걸 구할 수 있다. 백제 고도로서의 역사성과 이후 오랜 기간 삶의 터전이었던 구도심의 생활문화를 산책하며 느낄 수 있는 3개의 역사·문화 코스 안내도다.

왕도심 1코스(약 2.9㎞, 약 43분 소요)는 세계유산인 공산성을 출발해 산성시장, 먹자골목, 제민천, 감영길을 거쳐 옛 공주읍사무소로 이어진다. 전통시장과 생활문화, 근대 행정의 흔적을 함께 담아 원도심의 역사와 일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왕도심 2코스(약 2.9㎞, 약 45분 소요)는 공산성에서 시작해 천주교 황새바위 성지, 무령왕릉과 왕릉원, 공주한옥마을,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이어진다. 백제의 정치와 예술, 종교와 건축 문화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역사·문화 탐방로로, 고대 백제의 위상을 체험할 수 있다.

왕도심 3코스(약 1.6㎞, 약 25분 소요)는 공산성에서 내려와 제민천 산책길과 금강 수변 덱(deck) 길을 따라 고마나루에 이르는 길이다. 도심 속 자연과 어우러진 길로, 역사와 문학, 자연 풍광이 어우러진 공주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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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고마나루 곰사당에서 만날 수 있는 곰 석조상. 1972년 웅진동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 돌곰을 본떠 만든 것으로 원본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다. 강혜란 기자

이 중 3코스의 고마나루는 ‘웅진’이란 지명이 태동한 공간이자, 백제시대 중국과 서해를 잇는 수운 교통의 관문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가 이어졌는데, 이런 흔적의 연장선상에서 ‘곰사당’을 들러볼 만하다. 이곳은 금강에 빠져 죽은 암곰과 새끼 곰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제를 지낸 사당이라는데, 크지 않은 내부에 너무도 ‘모던’한 곰 석조상이 있다. 놀랍게도 1972년 웅진동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 돌곰을 본떠 만든 것이다. 원본 유물은 공주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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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웅진동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 돌곰. 높이 34㎝, 너비 29㎝로 현재 국립공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 국립공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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