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퀸연아 전설의 짤' 보고 금메달…최가온에 김연아 깜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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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역대 최연소 금메달을 딴 최가온. 김종호 기자
“김연아 선수께서 ‘너무 축하한다고, 생방송으로 봤다’고 소속사 지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줬어요. 정말 깜짝 놀랐고 감동했어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여자 결선에서 역대 최연소 금메달을 딴 최가온(18·세화여고)은 ‘피겨 여왕’ 김연아(36)의 축하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김연아도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 같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같은 매니지먼트(올댓스포츠) 소속인 최가온의 드라마틱한 우승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앞서 최가온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가 김연아님이 ‘올림픽 사실 뭐 별거 아니다’ 말씀하시는거에요”라고 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김연아가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말한 전설의 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어릴적 TV에 나오는 김연아를 보고 할머니댁 앞 얼음에서 피겨스케이트를 탔던 최가온은 아버지를 따라 7살 때 스노보드를 시작했다. 스노보드 고글을 쓰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되고 비밀 속에 감춰져 있는 듯한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김연아의 전설의 짤. 사진 MBC 캡처
최가온은 16년 전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와 버금가는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최가온은 올림픽 결선 1차전에서 보드가 슬로프 턱에 걸려 고꾸라지며 넘어졌다. 그가 2024년 스위스 락스에서 1080도 회전 기술을 연습하다가 떨어져 척추가 부러졌을 당시의 장면과 흡사했다.
“락스 대회 때랑 똑같은 기술이었고 넘어진 것도 비슷하게 넘어졌다. 빨리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날 수 없었다. 들것에 실려가면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뒷 순번 선수가 내려와야 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해서, 어렵게 발가락부터 움직이기 시작해서 내려왔다. 락스 때 (부상) 생각보다는 ‘지금 이 올림픽에 집중해야겠다’ 생각으로 오히려 기술에만 더 집중했다.”
2차 시기에 DNS(출전하지 않는다)가 뜨면서 기권을 택한 것으로 보였으나 출전을 강행했고 재차 넘어졌다. 최가온은 “난 DNS를 하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말하니 코치님은 ‘안 된다. 걸을 수도 없으니 DNS를 하자’고 하셨다. 걸으면서 다리가 조금 나아져서 DNS를 철회했다”며 “난 2번째 런을 뛰어서 내 다리가 지금 어떤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야 3번째 런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강행했다. (2차 런을 타서) 솔직히 힘이 빠지기는 했는데 그렇게 막 아프지는 않았다”고 했다.
부상이 악화될 수도 있는데도 출전을 강행한 그는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4년에 한 번이니, 이 기회를 이렇게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아픈 정도가 아니라서 ‘해보자’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두려움 없는 성격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었다. 언니와 오빠 밑에서 자라서 승부욕이 더 세졌다”고 했다.
3차 시기에서 기적 같은 퍼포먼스를 펼친 최가온은 가장 높은 90.25점을 받았다. 그는 “1, 2차 시기에서 모두 넘어지고 나니 차라리 후회 없이 후련하게 탈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아프고 눈이 오는 와중에도 ‘내가 성공했구나’ 감정이 찾아와 울컥했다”고 했다. 자신에게 똑같은 점수 ‘90점’을 준 최가온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좀 난이도 높은 트릭들을 많이 연습했는데 좀 못 보여드려서 아쉽긴 하다. 눈도 오고 다리도 안 좋은데 난이도를 좀 낮추는 게 현명하지 않겠냐고 코치님이 말씀해주셔서 따랐다”면서 “높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스핀이 장기이기 때문에 많이 살려서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전광판에 점수가 나오기 전부터 최가온은 울음을 터트렸고 고글을 내리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최가온은 “너무 많이 운 것 같아서 눈이 부었을까 봐 창피해서 내렸다”고 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역대 최연소 금메달을 딴 최가온. 김종호 기자
최가온은 14일 삼성하우스가 마련된 밀라노의 팔라초 세르벨로니에서 셀카를 찍을 때도 오른손으로만 썼다. 왼쪽 손목을 다쳐 깁스를 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살짝 절뚝거린 최가온은 “양쪽 무릎에 멍이 좀 올라오긴 했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아서 한국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시상대에서 은메달을 딴 클로이 김(26·미국)과 빅토리 셀피를 찍은 최가온은 “올림픽을 보면서 시상대 위에서 셀피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이루게 돼 기쁘다”고 했다. 포디움 포토 타임 때 클로이 김이 최가온 얼굴이 잘 보이도록 넥워머를 내려준 장면도 화제가 됐다. 한국인 부모를 둔 재미교포 클로이 김은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거울로 보는 듯하다며 최가온을 “내 베이비(아기) 같은 존재”라고 부른다.
포디움에서 클로이 김(왼쪽)이 최가온(가운데)의 입을 가리고 있던 넥워머를 내려줬다. 앞서 2차례 올림픽을 제패해 경험이 많은 클로이 김이 최가온의 얼굴이 잘나올 수 있도록 배려해준 거다. 사진 JTBC 캡처
최가온은 “항상 저를 그렇게(베이비) 부른다. 언니는 저를 워낙 어릴 때부터 봐서 제가 어린 줄 아는 것 같다”면서 “우승한 나를 언니가 꽉 안아줬다. 롤모델인 언니를 막상 넘어서니까 뭉클하면서도, 약간 다른 면으로는 마음이 좀 이상한 것 같다. 제 롤모델에게 칭찬을 받은 게 가장 기쁘다”며 존경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뉴질랜드 훈련 중 다쳤을 때 클로이 김이 응급실까지 따라와준 것에 대해 최가온은 “클로이 언니가 당시 통역도 대신 해줬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스노보드가 금, 은, 동메달을 따며 강세를 보이는 비결에 대해 최가온은 “설상 종목을 향한 관심이 크지는 않아 선수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국내에) 하프파이프 코스가 유일하고 그 하나도 완벽하지 않다. 일본은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이 있는데, 한국에도 그런 환경이 생겼으면 한다”고 했다. 최가온은 삼성전자와 한국스포츠과학원의 수면 연구도 도움이 됐다면서 “잠은 머리만 대면 잘 자는 편이다. 경기 전날에도 잘 잤다”고 했다.
15일 한국으로 들어가는 최가온은 “친구들과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와 마라탕을 먹고 싶다. 파자마 파티도 하기로 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같은 한식도 좋아한다. 무릎 괜찮냐고 바로 연락 온 외할머니가 해준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최가온은 이번 올림픽을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꿈이란 단어와 가장 어울린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최가온은 다음 목표에 대해 “올림픽 전에 내 커리어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올림픽 금메달이 첫 번째 커리어가 됐다. 제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지금의 저보다 더 잘 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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