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한항공 타도 못먹는데…저가항공, 라면이 '신의 한 수'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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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쟁 무대가 하늘에서 기내로 옮겨가고 있다. 항공권 가격이 평준화하면서 ‘얼마나 싼지’보다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브랜드를 가르는 기준으로 떠올랐다. 가격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자 전략의 중심이 ‘기내 경험’으로 이동한 것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성수기 동남아·일본 노선의 경우 LCC 간 가격 차이는 예전만큼 크지 않다. 출발 시간과 수하물 조건을 맞추면 차이는 수만원 수준으로 좁혀진다.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운임이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다. 가격 차별화 여지가 줄어들면서 항공사들은 기내 서비스에서 승부를 보기 시작했다.
신생 항공사 파라타항공은 기내 라면과 간편식을 차별점으로 내세워 단거리 승객을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 라면과 즉석 간편식을 구성해 선택 폭을 넓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이 기내 라면 서비스를 제한한 것과는 대비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원가부담이 크지 않으면서도 체감 만족도는 높다”며 “SNS 확산효과까지 고려하면 효율적인 전략상품”이라고 말했다.

파라타항공이 기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시그니처 라면. 사진 파라타항공
장거리로 눈을 돌린 LCC들은 기내식 선택 폭을 더 넓히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와 협업해 기내식을 제공 중이다. ‘비벼진 비빔밥’과 ‘폭찹스테이크’가 대표 메뉴다. 유럽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노선과 호주 시드니 노선 등 장거리 노선에 선보인다.
비벼진 비빔밥은 고추장 양념을 미리 비벼 내놓아 기내에서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한 메뉴다. 폭찹스테이크는 특제 와인소스를 곁들였다. 유럽 노선에서는 승객 전원에게 4종 메뉴 중 두 차례 무상 기내식이 포함된다. 시드니 노선은 ‘비즈니스 세이버’ 승객에게 두 번, 이코노미 승객에게 한 번 무상 기내식을 제공한다. 기존 ‘소시지&에그 브런치’와 ‘소고기 버섯죽’도 양과 구성을 개선해 4월 중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티웨이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이달부터 장거리 노선에서 제공하는 신규 기내식 '비벼진 비빔밥'과 '폭찹스테이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티웨이항공
제주항공도 외식 브랜드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식 전문점과 공동 개발한 소갈비찜·떡갈비 메뉴를 기내식으로 도입했다. 제주 특산물을 활용한 ‘제주밭한끼 산채밥’ 등 지역 색채를 살린 메뉴도 운영 중이다. 기내 한정 굿즈(기획상품)와 간식 상품을 늘리는 등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LCC들은 기내식과 간식, 굿즈 판매 등 부가서비스를 통해 수익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브랜드 개성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항공권 운임만으로 높은 마진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일부 LCC의 부가매출 비중이 두 자릿수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권 단가 인상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내 판매와 선택형 서비스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좌석 간격 확대나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기내식과 간식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장거리 노선 확대에 나선 LCC 입장에선 기내식 품질이 곧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 기업은 차별화 요소를 찾아야 한다”며 “LCC의 경우 좌석 간격이나 기단 교체 같은 구조적 변화는 비용 부담이 크지만, 기내식과 간식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 고객 경험을 바꿀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소비자가 기억하는 작은 경험의 차이가 브랜드 충성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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