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후기·단골수 믿고 샀더니"…당근 '사업자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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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원모(60대)씨는 지난달 13일 동네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인 당근에서 한 영농조합법인이 쌀 40kg을 9만 9000원에 판매하는 걸 발견했다. 개인 거래자가 아닌 ‘사업자 인증’이라는 파란색 마크가 붙어있는 동네 업체라 계좌 선입금을 요구해도 의심하지 않았다. 원씨는 “영농조합법인이라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주저하지 않고 구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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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피해자가 업체와 나눈 대화 내용. 사진 독자

하지만 법인은 돈을 받은 이후 쌀을 보내지 않고 잠적했다. 며칠 후 원씨는 앱에 올라온 다른 이들의 증언을 통해 본인이 사기당한 것을 알아차렸다. 지난달 22일 원씨는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이 법인을 사기로 고소했다.

하지만 해당 법인은 당근에 업체를 등록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 관계자는 “당근에 사업자 등록을 한 적이 없는데 누군가 우리 사업자 등록증을 도용해 당근에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이름과 사업자 등록증 도용 

이처럼 온라인에서 실제 존재하는 업체의 이름과 사업자 등록증을 도용해 사기를 치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전남 순천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대뜸 전화해 ‘당근에서 쌀 사기 친 사람 아니냐’는 전화가 자꾸 걸려와 가게 운영에 방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사업자 등록증을 도용당했다. 김씨 가게 이름으로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지난달 접수돼 현재 관할서인 제주 서귀포서로 사건이 이송됐다.

영업하지 않거나 폐업 직전의 유령 업체의 사업자 등록증을 도용해 범행에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당근에 ‘과즙팡팡농원’이라는 업체에서 과일을 구매하려다 피해를 본 시민들의 제보가 다수 확인돼 이 업체의 사업자 번호를 조회해보니 폐업한 상태로 나타났다. 등록된 주소도 농원이 아닌 펜션이었다. 이 사례는 다중피해 사건으로 확인돼 현재 경기 수원장안경찰서가 집중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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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파란색의 사업자 인증 마크가 있어 사기일 수 있다고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진 독자

당근에서 농수산물을 판매하기 위해선 사업자 인증이 필수다. 인증 절차는 사업자등록증 제출 및 본인인증 등을 통해 당근이 확인한다. 그러면 1~2일 안에 업체 이름 밑에 ‘사업자 인증’이라는 파란색 표시가 붙는다. 이 인증마크가 ‘당근에서 확인했다’는 인상을 줘, 소비자들이 사기 의심을 하지 못하고 피해가 확산된 양상이다.

또 업체들은 시민들을 속이기 위해 허위 후기를 십수건을 작성해 놓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연어를 구매하려다 5만원을 잃은 A씨(42)는 “후기도 16건에 단골 등록수도 많아 의심하지 못했다”며 “마크를 보고 당근이 인증한 업체라고 생각해 믿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피해액이 소액이라 경찰 신고도 미진해 사건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10만원을 잃은 최모(40)씨는 “기분이 나쁘지만 소액이라 고소하지 않고 넘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자 등록증이 도용되기 쉬운 만큼 인증 절차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규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사업자 등록증은 거래 과정에서 유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사업자 인증 절차 시 실제 거래자가 맞는지 확인할 추가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근 측은 이러한 사기 범행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당근 관계자는 “실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수사기관 요청 시 절차에 따라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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