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며느리에 美주식 1억 쏜다"…요즘 뜨는 부자들의 전략
-
18회 연결
본문

서울 한 증권사 미국 주식 관련 광고. 연합뉴스
직장인 장모씨는 지난 2021년 미국 엔비디아 주식 200주를 샀고 지난해 말까지 갖고 있었다. 주가는 치솟았고 약 4000만원의 수익을 냈지만, 세금이 문제였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고려하면 1000만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장씨는 지난해 12월 이 주식을 아내에게 증여했다. 배우자에게는 6억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장씨는 “미국 주식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라 증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국 주식 양도세에 절세 혜택을 주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를 예고하면서 서학개미의 ‘세금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서학개미가 그동안 자주 활용해온 절세 전략은 ‘배우자 증여’다. 두 제도 모두 약 1년간 자금이 묶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향후 투자 방향에 따라 활용법은 크게 달라진다. 전문가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 더 유리한지 살펴봤다.
어떤 제도인가
해외주식 양도세는 연간 매매차익 중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연말이 되면 수익이 난 종목과 손실이 난 종목을 함께 매도해 차익을 상계한 뒤, 다시 매수해 비과세 한도에 맞추는 전략을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이와 더불어 수익이 크게 발생했을 때 추가 절세 전략으로 자주 거론되는 방식은 ‘배우자 증여’다. 해외주식을 배우자에게 증여한 뒤 1년 이내에 매도하면 기존에 본인이 매수했던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세가 계산된다. 반면 1년 이후에 매도하면 증여 당시 가액이 취득가액으로 인정돼 양도차익이 줄어든다. 여기에 배우자 간 증여는 10년간 6억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만원에 산 주식이 2만원으로 올랐을 때 이를 배우자에게 증여하고 주가가 그대로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증여받은 배우자가 1년 안에 팔 경우 양도차익은 1만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뒤 매도하면 양도차익이 0원으로 계산돼 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새롭게 내놓은 ‘국내투자 및 외화 안정 세제 지원 방안’의 핵심은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신설이다. 해외주식을 팔아 확보한 자금을 RIA에 넣고 1년 이상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 22%)를 최대 100%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해외주식 매도금액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이 혜택이 적용된다. 국내 복귀 시점에 따라 세 감면 수준도 달라진다. 2026년 1분기 복귀 시 100%, 2분기 80%, 하반기 50%로 양도세 감면율이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두 제도를 비교해보면 자금이 묶이는 기간은 모두 약 1년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전문가들은 선택을 가를 핵심 기준으로 적용 한도와 미국주식과 한국주식 가운데 어느 시장의 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느냐를 꼽는다.
Point 1. 1년 뒤 미국 주식 오를까
RIA는 미국 주식을 지금 가격에 바로 매도해 수익을 확정한 뒤 1년간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국내 주식에 투자해야 하므로 한국 증시의 변동성에 노출된다. RIA 계좌 내에 보유할 수 있는 자산은 국내주식, 국내주식형 펀드, 현금 등이다. 한국 증시에 상장돼 있더라도 미국 주식이 포함된 상장지수펀드(ETF)나 채권형 ETF 등에는 투자할 수 없다.
반면 배우자 증여 방식은 최소 1년 동안 해당 미국 주식을 그대로 보유해야 해 그 기간 미국 주가의 등락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미국 주식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수록 RIA가, 장기 상승을 기대할수록 배우자 증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향후 미국 주식에 다시 투자할지 여부 역시 두 제도를 선택할 때 중요한 변수다. RIA를 활용하더라도 개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만큼 RIA의 공제 혜택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1분기 RIA 계좌에서 해외주식 5000만원어치를 매도한 뒤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2000만원어치 매수했다면 양도세 공제율은 100%에서 60%로 낮아진다.
Point 2. 10년간 6억 VS 1년 한시 5000만원
금액 한도 측면에서는 배우자 증여가 압도적으로 크다.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 10년간 6억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반면 RIA는 해외주식 매도금액 기준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만 세제 혜택이 적용되며, 그것도 1년 한시 제도다. 따라서 큰 규모의 수익을 이전하려는 경우에는 배우자 증여가, 비교적 소액의 수익을 빠르게 실현하려는 경우에는 RIA가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점옥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부단장(세무팀장)은 “매도 기준 5000만원은 큰 한도가 아니기 때문에 두 제도를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RIA는 1년 한시 제도인 반면 배우자 증여는 10년 간 6억원까지 가능하므로 당장 수익 실현이 필요한 종목은 RIA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Point 3. 사위·며느리에게 증여 방법도 부상
미국 주식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최근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사위·며느리 증여’도 하나의 절세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직계존·비속이 아닌 사위와 며느리는 비과세 증여 한도가 1000만원으로 낮지만 배우자나 자녀와 달리 이월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증여 받은 뒤 바로 매도하더라도 양도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점옥 부단장은“1000만원을 초과해 증여하더라도 1억원까지는 증여세율이 10% 수준으로 미국 주식 양도세율 22%와 비교하면 12%포인트 낮기 때문에 세 부담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조기증여가 확산하는 분위기에서 수증자 분산, 이월과세 적용 여부 등 제도적 특성까지 함께 고려되면서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기보다 사위나 며느리에게 해외주식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