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초 한국 공연 무대 주인공은 ‘퍼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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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공연계에서 유독 ‘퍼핏’(puppet·인형)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퍼핏의 움직임을 통해 극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무대 예술의 장점을 극대화한 공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 모습. 뱅골 호랑이가 퍼핏을 통해 실감나게 표현된다. 사진 에스앤코
16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달 연극 분야 총티켓예매액 1위는 ‘라이프 오브 파이’가 차지했다. 뮤지컬로 분류된 공연 중에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1위다. 두 작품은 명작 영화 및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퍼핏을 통해 원작과 차별화된 무대 예술을 관객에게 선사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구명보트 위에 뱅갈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남겨진 소년 ‘파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파이’를 맡은 배우 박정민, 박강현의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 그 못지않게 퍼핏과 ‘퍼핏티어’(puppeteer·인형을 부리는 배우)가 호흡을 맞추며 구현하는 동물이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등을 표현하는 퍼핏은 외피를 완전히 덮지 않고 관절을 드러낸 형태다. 이런 모습이 움직임에 생동감을 더한다.
압권은 세 명의 퍼피티어가 한몸이 돼 표현하는 ‘리처드 파커’다. 낮은 자세의 보폭과 휘어지는 꼬리로 으르렁대는 모습은 정교한 인형인 줄 알면서 몰입하게 된다. 호랑이가 얼룩말을 공격하며 숨통을 끊어 놓을 때는 공포와 분노가 객석을 감싼다. 한 관객은 “원작 영화도 좋아하는데 원작보다 공연에서의 리처드 파커가 더 무서웠다”라고 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 에서 퍼핏으로 구현된 오랑우탄이 보인다. 사진 에스엔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지난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후 이듬해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로런스 올리비에상에서 퍼피티어들은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의 존재감을 인정받은 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의 리 토니 인터내셔널 연출은 “퍼핏티어를 숨기지 않고 노출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면 어느 순간 그들이 보이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팝 칼럼니스트는 이 작품에 대해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탁월한 연기, 정교한 세트와 함께 기발한 동물 퍼핏의 효과는 대단한 흡인력으로 보는 이를 매혹한다”라고 평했다. 공연은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트에서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퍼핏의 존재감이 크다. 이 작품은 원작인 미야자키 히야오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충실히 재현한다. 치히로 가족이 차를 타고 시골로 향하던 중 금지된 ‘신들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치히로가 마녀 ‘유바바’의 목욕탕에서 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연 모습. 10여명의 배우가 퍼핏속 한몸이 돼 '가오나시'를 표현한다. 사진 TOHO Theatrical Dept.
그러면서 퍼핏의 때로는 아기자기하고 때론 과장된 움직임을 통해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새까만 ‘숯검정’들이 주인공 ‘치히로’에게 힘을 합쳐 신발을 옮겨주는 장면, 온천장으로 신들이 행차하는 모습 등을 퍼핏티어의 손길로 그려지는 퍼핏의 정교한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10여명의 배우가 거대한 퍼핏속 한 몸이 돼 온천장 직원들을 닥치는 대로 먹는 ‘가오나시’를 연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연에서 '하쿠'가 용이 돼 '치히로'와 함꼐 하늘을 나는 모습이 퍼핏으로 구현된다. 사진 TOHO Theatrical Dept.
2022년 일본에서 제작사 토호 창립 90주년 공연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 연출가이자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존 케어드가 연출을, 그의 부인 이마이 마코토가 번안을 맡았다. 존 케어드는 “가장 큰 도전이자 어려웠던 점은 애니메이션의 마법같은 순간을 라이브 공연에서 구현하는 것”이라며 “퍼핏을 사용해 관객의 상상력을 끌어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오리지널 캐스트로 진행 중인 한국 초연은 다음 달 2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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