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린내 역해 걷기 힘들다"…제주 해변 덮친 '검붉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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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수욕장 점령한 검붉은 해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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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오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과 해안 등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 사이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9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푸른 바다와 흰 백사장 사이로 검붉은 띠가 길게 드리워졌다. 파도 끝에 걸린 괭생이모자반이 100m 넘게 이어지며 해변을 점령했다. 겹겹이 쌓인 더미는 성인 무릎 높이까지 올라왔다. 가까이 다가서자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모자반 사이로 폐로프와 스티로폼, 깨진 부표가 엉켜 있었고, 일부 플라스틱 용기에는 중국어 간체자가 선명했다. 모래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모자반 더미를 피해 걸음을 옮겼다. 운동을 위해 백사장을 맨발로 걷던 김모(63·제주시)씨는 “봄철에 주로 보이던 모자반이 올핸 1월부터 나타났다”며 “날이 풀리면서 냄새가 예년보다 더 역해 걷기 힘들다”고 했다.

“정화 작업 해도 밀물 한 번에 또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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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환경지킴이가 이달 9일 오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과 해안 등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 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오후가 되자 갈퀴를 든 바다환경지킴이 인력 10여 명이 모자반 사이에서 각종 폐어구를 골라내는 작업을 했다. 작업자 김모(70)씨는 “작업을 해도 밀물 한 번이면 다시 쌓인다”며 “모자반과 쓰레기가 모래 속까지 파고들어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몽돌(자갈)해안도 상황이 비슷했다. 자갈밭 해안을 따라 폐어구와 괭생이모자반이 뒤덮어 해안선을 가득 채웠다.

중국발 불청객에 대책반 조기에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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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오후 제주시 이호동 해안을 뒤덮은 폐어구와 괭생이모자반. 최충일 기자

괭생이모자반이 1월부터 대량 유입 조짐을 보이자 제주도가 지난달부터 상황대책반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예년 3월 가동하던 대응 체계가 지난해 2월로, 올해는 1월로 더 빨라졌다. 괭생이모자반은 통상 3~6월 제주 해안에 유입됐다.
유입 경로는 중국 남부연안과 맞닿아 있다. 동중국해 연안 암석에 붙어 자라던 모자반이 파도와 바람에 떨어진 뒤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북상하고, 이후 대마난류와 서풍의 영향을 받아 한반도 남서부 해역과 제주까지 흘러든다.

해안 밀려든 쓰레기에 중국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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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오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과 해안 등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 사이로 중화권 언어가 쓰인 페트병이 뒤엉켜 있다. 최충일 기자

국립수산과학원은 2015년 당시 유입된 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동중국해 연안에서 발생한 것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중국은 해양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바다숲 조성과 생태환경 복원을 위해 괭생이모자반을 대량 이식했다. 모자반이 제주 해안에 본격적으로 출현 한 시기가 2015년부터인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보탠다. 실제 해안에 함께 밀려온 쓰레기에서 중화권 언어 표기가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점도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최근에는 황해 수온 상승으로 북부 해역까지 서식 환경이 확대했고, 이 일대 개체가 국내 연안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있다.

식용 참모자반과 달리 질겨 못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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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오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과 해안 등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 최충일 기자

최근 5년간 제주에서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은 1만1611t에 달한다. 2021년 9756t으로 가장 많았고, 2022년 412t, 2023년 201t으로 줄었다가 2024년 921t으로 다시 늘었다. 2025년 수거량은 321t이다. 해류와 기상, 수온 조건에 따라 연도별 편차가 있다.
괭생이모자반의 유입 문제는 경관 훼손에 그치지 않는다. 대규모 띠 형태로 떠다니는 모자반은 양식장 그물과 시설물에 달라붙어 어업 활동을 방해하고, 선박 스크루에 감기면 조업과 항해 안전을 위협한다. 제주 향토음식 ‘몸국’ 재료인 참모자반과 달리 질겨 식용도 어렵다. 방치될 경우 부패하면서 악취가 더 심해진다.

올해 해양쓰레기 정화에 164억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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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지난 9일 오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과 해안 등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을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올해 해양쓰레기 정화사업과 바다환경지킴이 운영, 양식어장 정화 등 13개 사업에 총 164억원을 투입한다. 일부는 농가 퇴비로 활용하지만, 대량 발생 시에는 소각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유입 시기와 규모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관광객 불편과 주민 어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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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오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과 해안 등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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