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매출 2억 육박…치매 80대 고용한 '할머니 카페'의 반전
-
18회 연결
본문

후쿠오카현 가스가시의 한 커뮤니티 센터 내 카페에서 열리는 할머니 카페(ばあちゃん喫茶, 바짱 킷사, 할머니의 찻집) 온라인 홍보 게시물. 닭고기·채소를 졸인 규슈 지방 향토요리인 '가메니 정식'을 한정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일본 후쿠오카현 오키하시에 위치한 식당 ‘바짱킷사’, 한글로 ‘할머니 찻집’이라는 뜻의 이 식당 주방에서는 앞치마를 두른 80~90대 치매 여성 5명이 분주히 움직인다. 돈가스를 만들 돼지고기를 두드리거나 양배추를 써는 등 각자 맡은 업무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일본에서 고령 여성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할머니 카페’가 주목받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정부가 고령 여성을 ‘돌봄 대상’이 아닌 ‘지역 경제 주체’로 보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을 조명했다.
일본 후쿠오카현 우키하시의 할머니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고령 여성들의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할머니 카페는 고령 여성들이 요리와 접객 등 평생 쌓아온 능력을 유급 노동으로 전환한 사업 모델이다. 이를 통해 고령 여성들의 사회적 고립 방지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목표다.
할머니 카페는 식당, 노점으로 꾸려지지만 식재료나 옷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성격이 다르다. 이 중 식당이나 노점의 경우 주로 지역 커뮤니티 내에 공간을 마련해 일주일 중 특정 요일에 이벤트성으로 운영되며, 메뉴나 프로그램도 매번 달라진다.
할머니 카페에서 판매되는 일본식 가정식.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오키하시 할머니 카페에서 주방장이자 마스코트로 활약하고 있는 85세 여성 다니구치 마사코는 “손님들이 ‘맛있다’고 말해 주면 보람을 느낀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식당과 스낵바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치매를 앓게 되면서 일을 그만 뒀다가 할머니 카페를 통해 다시 사회에 나오게 됐다.
할머니 카페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키하노타카라’의 오쿠마 미쓰루 대표는 “고령자들이 ‘연금만으로는 살 수 없다’, ‘차도 없고 돈도 없어서 외출을 하지 않는다’ 같은 말을 하는 걸 자주 들었다”며 “그래서 이들을 지역 경제의 중심에 세우자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키하노타카라는 75세 이상의 남녀 고령자 50여 명을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우키하노타카라는 후쿠오카현 남서부 지역에서만 여러 할머니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식 전통 작업 바지인 ‘몬페(もんぺ)’와 말린 고구마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연 매출이 2000만엔(약 1억86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에 위치한 할머니 카페의 고령자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일본의 다른 지역으로도 할머니 카페가 확산하고 있다. 오는 3월 구마모토현에도 할머니 카페가 문을 열 예정이며, 와카야마현에는 지난해 말 이미 고령자들이 만든 반찬을 판매하는 노점인 ‘바짱노바(할머니의 바)’가 개업했다.
할머니 카페와 비슷한 맥락에서 ‘할아버지의 학교’, ‘할아버지의 신문’도 있다. 요리나 육아 등 가정 내 활동보다는 직업 활동을 해왔던 고령 남성의 경험을 유급 노동으로 전환, 고령자를 위한 학교 운영이나 지역 신문 제작에 참여하게 한 사업모델이다.
오쿠마 대표는 일본 내 더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할머니 비즈니스’, ‘할아버지 비즈니스’는 복지가 아닌 기회”라며 “더 많은 사람과 함께, 고령자들이 빛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