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친 게 아니라 용감할 뿐”... ‘진 지니어스’ 렌조 로소, 밀라노 올림픽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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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내에서 포스트 아르마니로 각광 받는 렌조 로소 OTB 회장. 사진 OTB 그룹

“우리는 미친 게 아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변화를 일으킬 용기가 있을 뿐이다.” 늑대처럼 푸른 눈에 거친 블랙 데님 차림의 노신사. 1955년생, 우리 나이로 일흔한 살이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 마르니(MARNI) 본사에서 본지 올림픽 해설위원 알베르토 몬디의 소개로 만난 렌조 로소 OTB 그룹 회장은 패션계를 넘어 스포츠와 문화를 아우르는 ‘시대의 개척자’였다.

프랑스에 LVMH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OTB가 있다는 말도 있다. OTB가 LVMH처럼 대기업은 아니지만 로소 회장은 ‘포스트 아르마니 시대’를 이끌 선두주자로 꼽힌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직접 청바지를 만들어 입던 소년은 1978년 빈티지 데님 브랜드 ‘디젤(Diesel)’을 설립하며 자수성가 신화를 썼다.

그의 시선은 이제 경기장으로 향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성화 주자로 나선 그는 스포츠가 가진 통합의 힘을 믿는다. 로소 회장은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개회식을 지켜봤고, 내가 소유한 코르티나 호텔에서도 성화가 보인다”며 “혼돈의 시대에 올림픽이 서로 다른 문화와 국적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모습은 그 자체로 예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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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성황봉송 주자로 나선 렌조 로소. 사진 로소 SNS

로소 회장의 경영 철학은 스포츠의 승부사 기질과 닮아 있다. 그룹명 ‘Only The Brave(용감한 자들만)’처럼 그는 늘 정면 승부를 즐긴다. 프랑스의 거대 패션 자본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이탈리아만의 ‘창의적 게릴라전’을 펼친다. “재정적 잠재력을 앞세운 프랑스 기업들이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똑똑한 소비자를 설득하는 건 스타 마케팅이 아닌 진정성 있는 창의력”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이탈리아 패션의 차별성을 ‘생산의 뿌리’에서 찾는다. “프랑스 명품 대다수가 실제로는 이탈리아 공정에서 생산된다”며 “브랜드의 독립적 생명력을 존중하면서도 이탈리아 특유의 정교한 유통망과 장인정신을 결합한다면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에 대한 애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공헌으로 이어진다. 그는 이탈리아 프로축구단 ‘LR 비첸사’를 인수해 운영 중이다. 단순히 구단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7명의 청소년 국가대표를 배출할 만큼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패션에서 ‘디젤’을 통해 데님의 규칙을 바꿨듯, 축구에서도 미래 세대를 키워내며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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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만난 렌조 로소 OTB 회장. 박린 기자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경탄에 가까운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인들이 일상을 해석하는 방식은 물의 흐름처럼 유연하고 현대적이고 음악은 물론 아이돌 그룹 결성 과정을 보면 너무 아름다워 감탄을 연발한다”고 했다. 딸이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에 미쳐 있다고 소개한 그는 “나도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와 TV시리즈만 본다. 모던하고 신선하고 자연스럽다. 특히 그들의 창의력을 존경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청년들에게 “남들과 비슷해지려 하지 말고, 상황을 바꿀 용기와 광기(Follia)를 발휘하라”는 격려를 남겼다.

밀라노=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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