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6개 팀 중 25위, 그래도 만세 불렀다…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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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남자 2인승 레이스를 마치고 기록을 확인하는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악셀 브라운(가운데). AFP=연합뉴스
일 년 내내 눈을 볼 수 없는 북중미 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봅슬레이 팀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목표로 정한 ‘탈꼴찌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환호했다.
악셀 브라운과 드 아운드레 존으로 구성된 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 남자 2인승대표팀은 18일 대회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예선에서 2분51초05를 기록해 26개 팀 중 25위를 기록했다. 이스라엘 팀을 간발의 차로 제쳐 꼴찌를 면했다.
결선에 오르지 못 했지만, 두 선수는 최종 순위를 확인한 뒤 마치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처럼 환호했다. 경기 후 브라운은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다”면서 “이번 대회는 나와 드레(드 아운드레) 모두에게 정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일럿 역할을 맡은 브라운은 전직 미식축구 선수이자 영국 태권도대표로도 활약한 만능 스포츠맨이다. 하지만 봅슬레이의 매력에 빠져 21세이던 지난 2014년 봅슬레이 선수로 전향했다. 이후 7년간 영국 봅슬레이대표팀 멤버로 각종 국제대회를 누볐다. 파일럿 역할을 맡은 건 2019년부터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봅슬레이 남자 2인승 대표 악셀 브라운(앞)과 드 아운드레 존의 질주 모습. AP=연합뉴스
국적을 트리니다드토바고로 바꾼 건 지난 2021년. ‘동계올림픽 불모지’인 어머니 조국의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다 직접 귀화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이웃나라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팀이 동계올림픽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쿨 러닝’이 세계적으로 흥행하자 자극을 받아 한때 봅슬레이 선수 육성에 나섰다. 지난 1994년과 1998년, 2002년까지 3회 연속 동계올림픽 무대에 대표팀을 내보내기도 했지만, 저변이 없다보니 이후까지 명맥을 이어가지 못 했다.
브라운이 브레이크맨 존과 팀을 이뤄 2022년 베이징 대회에 출전하면서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무려 20년 만에 다시 동계올림픽 출전 이력을 되살릴 수 있었다. 당시 최고 성적은 2인승 30팀 중 28위. 같은 아메리카 대륙 출신의 자메이카와 브라질을 제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탈꼴찌를 현실적인 목표로 정했다. 브라운은 지난달 개막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더라도 메달을 딸 확률은 0%라고 단언할 수 있다”면서 “패배주의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가 이번 대회에 사용한 2인승 봅슬레이는 할부금을 채 갚지 못한 중고 썰매다. AFP=연합뉴스
대회를 마친 직후엔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겨울 스포츠 기반이 사실상 전무한 나라다.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면서 “우리에겐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아니라 단 한 나라라도 이기는 게 승리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상황은 열악함 그 자체다. 이번 대회에도 여전히 할부금을 내고 있는 중고 썰매를 가져왔다. 새 봅슬레이를 구입하려면 25만 달러(약 3억6000만원) 가까운 거액이 필요하지만, 당장의 훈련비용도 충분치 않은 이들에겐 언감생심이다.
그래도 브라운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에는 톱 레벨의 육상 단거리 선수들이 즐비하다”고 운을 뗀 그는 “어쩌면 봅슬레이가 이 선수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두 선수는 19일 트레이닝 세션과 함께 막을 올린 4인승 종목에도 출전해 기적의 레이스를 이어갈 예정이다.
남자 4인승 트레이닝 세션에 참여한 트리니다드토바고 봅슬레이 대표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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