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람보르길리’ 김길리, 한국 쇼트트랙 10년 에이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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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김길리가 1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60218
남은 레이스는 단 두 바퀴. 상대는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많은 동계올림픽 메달을 따낸 개최국 이탈리아의 자랑. 모두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김길리(22·성남시청)는 해냈다. 단 한 번뿐이었던 인코스 추월 기회를 그대로 살려 마침내 역전을 이뤄냈고, 마지막까지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다음 10년을 이끌 특급 에이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솔직히 꿈처럼 지나갔어요. 어떻게든 1등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앞만 보고 달려갔어요.” 김길리는 19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여전히 숨이 헐떡인 채, 우승의 소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어도 벅찬 감정만큼은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그림 같은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한 김길리는 최민정(28·성남시청)의 뒤를 잇는 한국 쇼트트랙의 대들보다. 체격은 신장 1m60㎝로 크지 않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최대 장점은 트랙 주파 속도. 한 바퀴인 111.12m를 8초4면 돌파한다. 남자 선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스피드다. 별명 역시 이탈리아의 드림카 브랜드에서 따온 ‘람보르길리’다.
김길리의 진가는 이번 계주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보통 계주에선 에이스가 2번 주자를 맡는다. 최종 승부가 걸린 마지막 두 바퀴를 맡기 때문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이탈리아와 한국이 벌인 막판 경쟁에서 김길리는 두 바퀴를 남기고 아리안나 폰타나(36)를 추격했다. 폰타나는 이 경기 전까지 13개의 메달을 따낸 쇼트트랙 최다 메달리스트. 이름값에선 밀릴지 몰라도 김길리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직선 주로에서 발견한 인코스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고, 여기에서 선두로 올라선 뒤 끝까지 자리를 지켜 역전극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길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네 발로 뛰듯이 양손으로 빙판을 짚으며 달렸다. 폰타나가 대단한 선수임은 맞지만, 그래도 길이 보였다”고 했다.
쇼트트랙 김길리(왼쪽)와 최민정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60218
김길리는 ‘피겨 여왕’ 김연아(36)를 보며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7살 여름 특강 때였다. 그런데 집 근처에는 피겨 강습이 없어 쇼트트랙을 배웠고, 이후 주니어 전국대회를 휩쓰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초등학생 시절 조심스레 다가가 ‘쭈뼛쭈뼛’ 기념사진을 찍었던 최민정(28), 심석희(29)와는 이제 번개처럼 달려가 우승 감격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에서 잦은 충돌로 수차례 넘어졌다. 피가 나는 타박상에도 꿋꿋이 일어나 1000m 동메달과 계주 금메달을 따냈다. 이제 남은 경기는 자신의 주종목인 1500m. 과연 김길리의 밀라노 여정은 두 갈래의 금빛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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