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퍼 301조' 검토되는데…쿠팡, 미국 의회서 7시간 비공개 …

본문

미 연방 대법원의 결정으로 상호관세 카드를 상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체 무역 압박 수단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의 한국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를 상대로 비공개 증언(deposition)에 나섰다.

btc9a02479b25d88a122d59e51f723d451.jpg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운데)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하원 법사위 회의장에 비공개 증언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그는 개인정보 유츨 피해를 입은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증언 절차를 진행한 하원 법사위원회는 구체적 증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Everything is on the table)”며 이날 비공개 증언이 향후 정식 청문회(hearing)나 관련 입법 마련 절차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韓 피해자엔 침묵…“쿠팡은 미·한의 가교”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는 이날 오전 9시 42분쯤 미국 워싱턴 레이번 하원 빌딩 내 법사위 회의장에 출석했다. 그는 한국 국민 대부분에 해당하는 3300만 건 이상의 고객정보가 유출 된 것과 관련 ‘한국 소비자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굳게 입을 닫았다.

의원들이 아닌 보좌관과 전문위원, 변호사 등이 참석한 비공개 의견 청취는 7시간 가량 이어졌다. 점심 시간엔 회의실로 도시락이 들어가기도 했다.

btae81c90b78e647b6d06df852dc9d13b8.jpg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내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하원 쿠팡 차별 조사 증언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로저스 대표는 오후 5시쯤 진술을 마친 뒤에도 진술 내용과 법사위의 입장 등을 묻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대신 쿠팡의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책임자가 “오늘 의회 증언을 초래한 한국에서의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책임을 오히려 한국에 돌리는 듯한 내용의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쿠팡은 미국과 대한민국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고,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무역과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공식 성명에도 정보 유출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bte47dba6c095c52ecc09b7d4c11ba3743.jpg

김주원 기자

현지 소식통은 “이날 일정은 사실상 의회에서의 발언을 자청한 쿠팡의 요청에 따라 이른바 ‘우호적 소환장(friendly subpoena)’이 발부돼 이뤄졌다”며 쿠팡이 비공개 증언을 활용해 정보 유출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을 펼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bt3fddd4e329b99886db2e63de20a5cc63.jpg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중앙일보가 입수한 쿠팡의 투자사 2곳이 청원서 원본.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의 미국 투자사 2곳은 한국 정부가 미국 회사 쿠팡을 차별 대우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조사 및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실제 쿠팡 측은 증언에 앞서 정보 유출 조사와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사위 대변인은 쿠팡이 어떤 주장을 했는지를 묻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오늘 절차는 공개 청문회가 아닌 비공개 의견 청취”라며 발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날 진술이 상호관세가 무효가 된 직후에 이뤄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쿠팡의 투자사들은 지난달 쿠팡 수사를 “부당하고 차별적”이라며 한국을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와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 청원을 요청했다. ‘수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대체할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규정으로,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응해 관세를 세율 제한 없이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이 일본과 반도체 협정 등 주요 고비 때마다 꺼내들어 상대를 굴복시킨 초강력 무기로 통한다. 중국에 대해서도 301조에 따른 다양한 관세가 적용해 왔다.

btc11eaf9aa177998574074aa52c4c7ff1.jpg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장기간 정부의 전방위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오후 충남의 한 쿠팡 물류센터 밖에 로켓배송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실제 USTR은 대법원 판결 직후 301조 조사 대상과 관련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이라며 검토 대상에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이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조사 항목엔 “불합리한 차별적이고 부담을 주는 행위”라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이 주장해온 내용과 유사한 논리다.

“결정은 행정부의 몫”…전방위 로비 주목

하원 법사위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301조 조사에 의회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조사가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그건 알 수 없다”며 행정부의 소관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bt2a63d5aa8f6968915338621e1a86e4b4.jpg

지난 5일(현지시간) 미 하원 법사위가 헤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 대표에게 보낸 소환장. 짐 조던 법사위원장의 서명이 담긴 소환장에서 법사위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자국 기업인 쿠팡에 대한 차별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미 의회에서 쿠팡과 관련한 논의는 관세와 조세 문제를 소관하는 세입위원회에서 주로 진행돼 왔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한국 정부는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는 통상 이슈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법적 절차이고, 해당 사안이 양국간 외교나 무역 관련 이슈로 비화할 문제가 아니란 입장이다. 다만 쿠팡의 전방위 로비가 미국의 조야와 개별 정치인을 너머 행정부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전날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마친 뒤 한국이 301조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과 관련 “예단할 수 없다”며 “한국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러가지 통상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tb90c82ee511d1ef00bb1da9a977e6130.jpg

쿠팡 매출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미국증권거래위원회]

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DGA그룹 컨설턴트는 본지에 쿠팡의 전방위 로비를 언급한 뒤 “쿠팡 사건이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아온 디지털 서비스와 관련한 특별 301조 조사 개시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8,04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