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고] 혁신과 신뢰로 열어 갈 한-에스토니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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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넬 셉(Tanel Sepp)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로 부임하며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근무하게 됐다. 한국은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일상으로 만든 나라다. 에스토니아 역시 ‘기술에 밝은(tech-savvy) 디지털 국가’로 불린다. 두 나라에는 “해보자”는 do-it 정신, 한국식 ‘빨리빨리’ 실행력이 공통의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라는 가치 위에서 혁신을 확장하자는 의지도 맞닿아 있다.

에스토니아와 한국은 모두 쉽지 않은 안보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는 나라이기도 하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왔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문제의식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공감대는 에스토니아에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기를 도입하는 약 5억 달러 규모의 방산 협력으로 이어졌다.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서 국제질서와 규범은 우리의 현재를 지탱하는 중요한 토대이며,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와 협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 공통 기반 위에서 공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외교다. 에스토니아는 유럽 시장으로 연결되는 핵심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에스토니아 기업에게 아시아 혁신 생태계로의 진입로이자 산업 역량 강화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시장이다. 주한 공관 개설 이후, 방산, 에너지, 목재 및 목조 건축 등 주요 분야에서 경제협력의 기틀을 다잡아왔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대(對)한국 상품·서비스 수출액이 약 53% 증가한 흐름은 고무적이다. 2025년 12월에는 코트라(KOTRA)와 에스토니아 기업청(Enterprise Estonia)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 기반도 넓혔다. 이제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공동 프로젝트와 투자, 표준 협력, 인재 교류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래 협력의 중심에는 AI와 녹색전환이 있다. 에스토니아는 민첩한 테스트베드로서 규제 혁신과 딥테크 실증에 강점이 있다. 한국은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확장하는 역량이 강하다. 양국이 ‘실증부터 적용 그리고 확장까지’의 선순환을 함께 만든다면, 거래를 넘어 공동 창출(co-creation)의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사람 중심의 안전한 AI, 청정에너지·효율 혁신, 순환경제 분야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올해 수교 35주년은 협력을 재정의할 모멘텀이다. 2024년 탈린 한국대사관 개설은 양국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대사로서 열린 협력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한–에스토니아 관계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힘쓰겠다. 기업과 연구자, 스타트업과 청년들이 더 자주 만나 성과를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다음 35년은 혁신과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더 크게 도약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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