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튀르키예 정부, 학교에 라마단 행사 반영…"탈레반화 압박" 논란

본문

btc0f75904064724dab927953a2a5096cc.jpg

무슬림의 라마단 예배. EPA=연합뉴스

튀르키예 정부가 공립학교 교육 과정에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관련 활동을 반영하겠다는 지침을 내리자 세속주의 진영이 강하게 반발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수프 테킨튀르키예교육장관은 지난 12일 전국 81개 주정부에 공문을 보내 라마단 기간 한 달 동안 각급 학교에서 ‘교육의 중심에 있는 라마단’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도록 했다.

테킨 장관은 공문에서 “라마단은 나눔과 연대의 가치를 사회생활에서 더욱 부각하고 국가적 단결을 강화하며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에 전승하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작가·학자·예술가·언론인 등 각계 인사 168명은 지난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튀르키예가 반동적 샤리아에 포위돼 공격받고 있다”며 “세속주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가 탈레반화 압박을 받고 있다”며 현 정부가 세속적 교육과 법 체계를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편협한 집단이 ‘세속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성명을 내고 독설과 증오를 퍼붓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핼러윈 행사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라마단의 국가적·정신적 가치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겠다고 하니 곧바로 불편해한다”며 “세속주의라는 개념 뒤에 숨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쟁의 배경에는 1923년 공화국 수립 이후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념에 따라 국정과 종교를 엄격히 분리해온 세속주의 전통이 자리하고 있다. 1928년 헌법에서 ‘국교는 이슬람’ 조항이 삭제됐고, 1937년 개헌에서는 세속주의를 뜻하는 ‘라이시테(Laicite)’가 명시됐다.

그러나 2003년 총리 취임 이후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이슬람주의 성향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공공기관 내 여성 히잡 착용 금지 해제, 박물관이던 아야소피아의 모스크 전환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번 조치를 둘러싼 찬반 대립은 튀르키예 사회의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간 갈등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8,41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