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즉시 모두 15%”라더니…트럼프 공언 ‘글로벌 관세’ 놓고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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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 도중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가운데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전 세계에 부과하겠다고 한 이른바 ‘글로벌 관세’ 15%의 적용 시기와 대상 등을 놓고 혼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나오자 당일 모든 무역 상대국에 새로운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하겠다는 포고문에 서명했고, 이는 24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 서명 하루 뒤인 21일 “전 세계(worldwide)에 부과하는 10% 관세를 법적으로 허용된 15% 수준으로 즉시 인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관세 15% 적용 시기 아직 논의중”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25일 취재진과 만나 “15% 관세는 언제 발효될 예정인가”라는 물음에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확언하지 못했다.

15%의 글로벌 관세와 관련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현재 10% 관세를 부과 중이다. 일부(국가)는 15%로 오를 것이며, 또 다른 어떤 국가들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국가에 ‘일률적으로’ 15%로 상향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공언과는 달리 ‘일부’ 국가에만 15%로 올린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美무역대표부 “적절한 경우에 10→15%”

그리어 대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적절한 경우(where appropriate)’ 관세율을 15%로 올리는 추가 포고문을 마련해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글로벌 관세 15%가 모든 국가에 일괄 적용되는 대신 일부 국가에 선별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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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정연설에 참석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글로벌 관세의 근거인 무역법 122조는 ‘비차별적(non-discriminatory) 적용’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국가별 차등 부과 시 법 위반 논란의 소지가 있다.

122조 차등부과 금지…‘일부’만 상향시 위법

그럼에도 그리어 대표가 ‘일부 국가 15%’ 발언을 한 것은 ‘법리 해석상 심각한 국제수지 불균형을 초래한 국가에는 예외적으로 차등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 개발을 시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122조 본래 목적인 ‘범국가적 국제수지 개선’보다 ‘특정 국가 징벌’에 가까워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호관세 대체를 위해 122조 카드를 쓴 것 자체가 위법성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기도 하다. 122조는 미국의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거나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임박하고 중대한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경우 대통령에게 최장 150일간 최고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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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상호관세 대체 122조 적용 자체 정당성 논란

하지만 1974년 무역법 제정 당시 규정한 ‘근본적인 국제 지급 문제’라는 적용 요건이 충족됐는지에 의문을 표하며 법적 정당성 흠결을 지적하는 일부 법률ㆍ경제 전문가들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앤드루 매카시 전 연방 검사는 보수 성향 매체 내셔널리뷰 기고문에서 “새로운 관세는 (상호관세의 근거였던)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관세’보다도 훨씬 더 명백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부 국가에는 15%, 다른 나라는 더 높을 수 있다”고 한 그리어 대표 발언 취지는 무역법 122조가 아니라 국가별 차등 관세를 허용하는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특정 국가들에 더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301조는 USTR이 교역 대상국의 차별적ㆍ불공정 행위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고 이 과정에서 공청회 등 의견 수렴 및 상대국 협의 과정을 거친 뒤 행정부 재량에 따라 보복성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301조 앞세워 특정국 보복 가능성

301조 관세는 세율 상한이 없어 사전조사라는 절차적 요건만 갖춘다면 미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강의 보복 수단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국정연설에서 “(새로운) 관세 조치는 좀 복잡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해결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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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글로벌 관세 적용 시 주요국 평균 관세율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파이낸셜타임스(FT) 세계무역경보(GTA)]

이와 관련해 그리어 대표는 301조 조사가 관세 리셋 체계의 중추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301조에 따라 국가별 조사를 수행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당 국가들과 협상할 수 있으며 관세 부과 등 강제 조치를 통해 그들이 그런 (불공정 무역) 관행을 철폐하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STR “곧 조사 시작”…韓 포함 가능성

301조 조사 대상국과 관련해서는 브라질ㆍ중국 등 이미 몇 달 전 조사가 들어간 사례와 함께 “현재 준비 중인 다른 조사들도 다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미 많은 사례를 확인했다”며 ▶강제노동 ▶산업 과잉생산 ▶디지털 기술기업 차별 ▶쌀을 비롯한 농ㆍ축ㆍ수산물 시장 접근 제한 ▶특정 품목 보조금 등을 예시했다. 그리어 대표는 “앞으로 며칠 내지 몇 주 안에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중국은 물론 베트남, 동남아, 유럽 국가들도 잠재적으로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이 한국과의 관세 협상 당시 디지털 기업 차별 대우, 쌀ㆍ소고기 시장 접근 제한 등 비(非)관세 장벽 해소를 압박했던 만큼 한국도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수사를 받고 있는 쿠팡의 미국 내 투자 기업들이 USTR에 301조 관련 조사를 청원해 놓기도 했다. 워싱턴 DC 현지에선 USTR의 청원 수용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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