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밀가루 담합 업체에 인하 가격 지정도 가능할까…‘가격재결정 명령’ 실효성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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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의 전면전에 나선 정부가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를 받는 7개 업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에 담으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얼마 이하로 가격을 내리라고 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하면서, 정부가 가격 인하 폭까지 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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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가격재결정 명령 등을 언급하며 "얼마 이하로 가격을 내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가격 재결정명령은 무엇인가.
공정거래법상 공정위는 담합을 한 사업자에게 행위 중지, 시정명령 공표 등 필요한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기업에 적극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고강도 조치다. 공정위 지침에는 가격 재결정 명령을 ‘담합으로 결정한 가격을 파기하고, 각 업체가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가격을 새로 결정해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왜 20년 만에 재등장했나.
공정위는 지난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시 각 업체는 5%가량 가격을 인하했다.
20년 넘게 가격 재결정 명령이 활용되지 않은 건 정부에 직접 가격 결정에 개입한다는 부담과 까다로운 요건 때문이다. 공정위 지침에 따르면 ▶명백한 담합 ▶최종 심의일까지 담합 유지 ▶높은 재발 가능성 ▶장기간 담합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공정위는 이번 건에 대해 “민생 밀착 품목인 만큼 더 실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확정됐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공정위가 지난 20일 발표한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의 조치 의견일 뿐이다. 최종 결정은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최종 확정된다.
재결정 명령에 안 따르면 어떻게 되나.
공정거래법 125조는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우 형사고발을 통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업체가 가격을 재산정해 공정위에 보고했다면, 그 인하 폭이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명령 불이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그동안 가격 재결정 명령은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가격을 재결정해 그 결과를 공정위에 서면 보고하라’는 형식이었다.
정부가 가격 인하 폭을 정하는 것도 가능한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릴 때 공정위가 인하 폭 등을 명시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공정거래법이 시정 조치의 유형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데다, 공정위의 관련 지침에 나오는 요건이나 내용에 대해서도 “예시에 불과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릴 때 가격 제시가 가능한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때는 가격 인하 폭 등을 직접 제시하지 않았다.
부작용은 없나.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건 부작용이 큰데다, 정부가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익명을 원한 전직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가격 재결정 명령은 가능하지만 10% 인하와 같이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건 1970~80년대 가격상한제가 있던 계획경제 때나 가능했던 일”이라며 “모든 기업이 원가구조가 다른데 정부가 적정 가격을 정해 일률적으로 내리라고 하는 건 오히려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린 후 가격 인하 폭이 낮다면 실효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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