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인 수백명 줄세웠다…싸구려 인식깨고 안타 친 中운동화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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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라는 파고 속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이 있다.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스포츠(ANTA Sports)다. ‘중국의 나이키’를 넘어 글로벌 패션 거물로 도약을 선언한 안타는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 딩스 중 안타스포츠 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중국 1위가 아니라, 2030년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스포츠 그룹이 되는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변방의 신발 하청 공장에서 출발한 기업은 이제 나이키·아디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스포츠웨어 그룹으로 우뚝 섰다.
베버리힐스 점령한 중국 브랜드가 편견을 이기는 방식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베벌리힐스에 문을 연 안타스포츠의 북미 최초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 인파가 모여 있다. 농구스타 카이리 어빙의 한정판 컬렉션 발매 소식에 사람들이 몰렸다. 사진 안타스포츠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버리힐스. 안타스포츠의 첫 미국 직영 플래그십 매장이 문을 열었다. 매장 앞 인도는 오픈을 기다리는 수백 명의 쇼핑객이 몰렸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카이리 어빙의 한정판 농구화를 구매하려는 인파였다. 현지 언론은 중국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은 미국 핵심 상권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고 보도했다.
b.멘터리
안타스포츠가 발매한 한정판 상품의 가격은 최근 상승세다.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인 스톡엑스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안타스포츠의 제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1900% 이상 증가했다. ‘저가 중국산’이라는 인식을 깨고 글로벌 스니커즈 컬렉터들 사이에서 희소성이 높은 퍼포먼스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안타스포츠는 베벌리힐스 플래그십 매장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 전략을 바꿨다. 기존의 수출·대리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자직접판매(DTC)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거다. 브랜드가 시장을 직접 관리하고 브랜드 메시지도 통일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과거 중국 브랜드들이 시장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지 유통사에 의존했던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매장 역시 중국적 미학과 현지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독창적 콘셉트로 꾸몄다. 사무엘 추이 안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미국에 직영점을 여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장을 창구로 삼아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의 제품력과 문화적 온기를 직접 경험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브랜드는 섞을수록 강해진다…푸마까지 품은 파격 행보

2015~2024년 안타스포츠 연간 매출 추이. 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안타스포츠의 실적은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견조하다. 2024년 기준 매출은 708억 위안(약 1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나이키(0.3%), 아디다스(12%)를 웃도는 성장률이다. 영업이익률은 23.4%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시가총액(약 43조 원) 기준으로도 룰루레몬과 세계 3, 4위를 다투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선 휠라(FILA) 등 보유 브랜드를 합산하면 점유율 23%를 기록하며 나이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나이키는 2022년 안타스포츠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안타스포츠의 핵심 전략은 단일 브랜드 확장이 아닌 멀티 브랜드화다. “모든 소비자를 만족하게 하는 하나의 브랜드는 없다”는 딩 회장의 철학 아래 시장별로 역할이 다른 브랜드를 병렬적으로 운영한다. 2019년 약 46억 유로(약 6조원)를 들여 인수한 아마스포츠는 2024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글로벌 자본시장의 신뢰를 입증했다. 아마스포츠는 아크테릭스와 살로몬 등 주요 스포츠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안타스포츠는 더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2016년 일본 브랜드 데상트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고급 스포츠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혔다.
안타스포츠가 해외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인 건 중국 시장에 안주할 경우 성장 한계가 명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안타스포츠는 올해 초 독일 브랜드 푸마(PUMA)의 지분 29%를 15억 유로(약 2조5600억원)에 인수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안타스포츠는 “푸마의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자사의 강력한 공급망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안타스포츠와 무신사의 합작법인인 무신사 차이나가 지난해 12월 14일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그랜드 오픈일을 맞아 오픈런이 발생했다. 사진 무신사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눈에 띈다. 안타스포츠는 2025년 무신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내 K-패션 전파에 나섰다. 이번 무신사와의 협업을 기점으로 안타스포츠가 향후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우융화 안타스포츠 대표는 “우리의 밸류 체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무신사가 중국 시장에서 차별화된 스타일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타스포츠의 지원 사격을 발판 삼은 무신사는 2030년까지 중국 내 매장을 100개로 늘리고 온·오프라인 통합 매출 1조 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안타스포츠가 단순한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패션 생태계를 주도하는 플랫폼 파트너로 진화한 셈이다.
“성공은 가장 위험한 독”… R&D로 증명하는 기술력
안타스포츠는 최근 제품 소재 및 개발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공식 홈페이지에는 관련 제품에 대한 설명과 안내가 명시되어 있다. 사진 안타스포츠
안타스포츠의 연구개발 전략도 독특하다. 나이키처럼 외주 생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제조 공급망에 관여한다. 안타스포츠는 매년 매출의 3%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소를 주입해 탄성을 극대화한 니트로에지(NITROEDGE)와 충격 흡수 기술 스마트샘(SMART SAM) 등 1000개 이상의 기술 특허는 이런 투자의 결과물이다.
이런 배경에는 딩 회장의 과거 경험이 있다. 그는 1991년 푸젠성 진장시의 작은 신발 공장에서 안타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해외 브랜드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연명했으나, 2012년 중국 스포츠용품 업계에 몰아친 재고 위기를 겪으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당시 그는 전국 매장을 돌며 직접 재고를 파악했고, 유통 구조를 전면 개편해 대리점 중심에서 직영 점포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지금도 “성공은 가장 위험한 독이다. 어제에 안주하는 순간 성장은 멈춘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한다.
안타의 해외 매출 비중은 현재 7% 수준이지만, 회사는 2030년까지 이를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과 2028년 LA 올림픽 공식 후원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릴 예정이다. 딩 회장은 2024년 초 아머스포츠의 뉴욕 상장 직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서신과 외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나이키를 닮으려 하지 않는다. 나이키가 가지 않은 길을 안타의 방식으로 갈 뿐이다. 진짜 위험은 실패가 아니라, 배우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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