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판결 취소 땐 어디서 재판?" 판사들도 당황한 4심제 대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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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 입법을 강행하는 가운데 27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조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재판소원법 도입으로 사실상 ‘4심제’가 현실화되면서 사법 절차가 대격변을 맞고 있다. 형사소송법 등 관련법 개정이나 충분한 숙의 없이 통과시키다 보니 판사와 검사도 헷갈려 하고 있다.
실형 피고인 형집행은 어떻게
재판소원 도입에 따라 구금 중이지 않은 피고인의 실형 확정시 형 집행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형이 확정되면 즉시 집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소원 도입에 따라 앞으로 피고인이 “아직 헌법적 판단이 남아 있다”“지금 구금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고 주장하면서 집행에 불응할 수 있다. 검찰은 집행 의무가 있으나 피고인이 불법구금이라고 다툴 수 있다.
피고인이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판소원을 청구하거나 청구 뒤 각하가 나올 때까지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헌재는 가처분 신청 사건 중 99% 이상은 각하되고, 예외적으로 인용이 됐을 때만 집행이 중단되기 때문에 실형을 받은 피고인이 풀려날 위험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헌재 관계자는 “각하 결정은 지정재판부에서 30일 이내에 하고, 만약 인용시 상당히 빨리 심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인용 여부와 재판의 확정력은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지만, 가처분이 기각된 이후라도 재판이 취소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구금의 근거가 되는 확정판결 취소로 향후 형 집행에 혼란이 발생한다. 벌금형 집행 역시 재판소원을 핑계로 벌금 납부를 미루면서 실효적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 형사 사건 확정판결 뒤에도 지연 전략도 벌일 수 있다. 금고형 이상의 확정판결이 나오면 일반적으로 공무원은 직을 자동적으로 상실하게 됐으나 불복 절차가 남아있어 관련 처분이 불확실하게 됐다. 특히 선거 사건의 경우 피선거권 상실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판결이 위헌적이다”“결격사유 발생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후 절차를 지연하려고 할 수 있다.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손해”가 발생한다고 버틸 경우 정치생명은 자연스레 연장되고 보궐선거 실시 여부도 불명확해진다. 보궐선거 뒤 재판소원으로 재판이 취소되면 한 지역에 두 명의 의원이 존재하는 상태도 가능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스1
재판 취소시 어디 심급에서? 판사들도 혼란
재판 취소시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재판을 재개하게 되는데 법률심(3심), 사실심(1, 2심) 중 어디서 판단할지 판사들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이 취소되면 다시 전합이 판단해야 하는지 등도 정해진 게 없다. 법 조문에는 법원 재판 취소시 당해사건의 최종법원에 통지하고, 사건을 통지받은 최종법원은 해당 사건을 다시 심리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만 규정돼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판결이 취소되면 대법원에서 다시 하라는 건지 기본권 침해를 지적받은 해당 심급에서 하는건지도 지금으로선 정해진 게 없다”며 “법상 ‘다시 심리한다’라는 의미가 재심에 준용해서 한다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법상 재판소원 청구 대상인 ‘확정판결’의 개념이 대법 판결인지, 검사와 피고인 양측이 상소(항소·상고)를 하지 않아 확정된 1·2심도 가능한지 역시 불분명하다. 또 판사들은 재판할 때 관련 사건 판결을 참고하게 되는데, 법원 내부망에서 다른 재판부의 판결문을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볼 수 있는 시스템 등은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실무적 미비점으로 꼽힌다.
헌재에서는 “보충성 원칙에 따라 대부분은 대법원 재판이 그 대상이고 예외적으로 하급심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헌재는 하급심을 확정판결로 볼 수 있는 예외적 경우는 청구인이 정당한 이유있는 착오로 상소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또는 상소절차로 권리 구제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상소 허용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소송규칙 등을 함께 바꿔 법률의 정합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같은 고려 없이 재판소원법만 통과시키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민소법, 형소법 조문을 수정할 일이 아니라 새로운 장을 만들어 재판 취소시 절차에 대해 논의해야할 수준”이라고 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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