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 파트너 잃은 中, 트럼프 방중 앞두고 저자세 신중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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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월 이란을 국빈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이란 최고지도자와 회담하고 있다. 신화통신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앞둔 중국이 신중한 저자세 외교 행보에 들어갔다. 지난 1월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이어 중동의 전면전략파트너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까지 지난달 28일 미국의 군사 공격으로 잃으면서다. 지난달 20일 미국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결정 직후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올 때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의 반응은 러시아와는 달리 신중했다. 2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첫 반응은 '우려(關切, concern)'에 그쳤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폭격 즉시 장문의 비난 성명을 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과 통화를 갖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譴責, condemns)'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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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4월 23일 베이징에서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아바스 아라그치(왼쪽) 이란 외교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신화통신

왕이(王毅) 중국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는 폭격 이틀 뒤에야 이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게다가 중국은 발표에 "규탄"이란 용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왕이가 이란 정세에 대한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거듭 밝히고, 중국은 중·이 전통적인 우의를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이날 중국·이란 외교장관 통화도 오만에 이어 두 번째로 밀렸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의 후계 구도가 불확실한데다, 이란의 무차별 미사일 보복에 따른 중동 국가들의 반(反) 이란 정서까지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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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5월 장궈칭(왼쪽) 중국 부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별대표 자격으로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했다. 사진 CC-TV 캡처

中, 이란과 ‘25년 협정’ 맺고 25년간 600조원 투자

기존에 중국과 이란의 협력은 지난 2021년 트럼프 1기가 끝나면서 본격화됐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1년 3월 왕 부장은 테헤란을 방문해 향후 25년간 4000억 달러(약 586조원)를 투자하고 대가로 이란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는 ‘25년 협정’을 체결했다. 이란은 2023년 2월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2025년 9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9·3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하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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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2월 장궈칭(왼쪽) 중국 부총리가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오른쪽) 이란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 CC-TV 캡처

중국은 장궈칭(張國淸·62) 국무원 부총리가 이란과 경제·군사 협력을 관리했다. 장 부총리는 지난 1989년 하메네이 당시 이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직후 군수업체인 중국 북방공업공사(NORINCO)의 테헤란 주재원으로 3년간 이란에서 근무했다. 지난 2024년 5월 시진핑 국가주석 특사로 라이시 이란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했고, 그해 12월 다시 이란을 방문해 ‘25년 협정’의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가 미·중 정상회담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이란을 잃는 것은 석유 손실이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없애는 것”이라며 “이란은 오랫동안 중국과 미국·유럽의 관계 정상화나,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에 커다란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선딩리(沈丁立) 푸단대 전 교수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장악과 이란 공격이 미·중 양국 관계의 안정과 개선이라는 공동의 필요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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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이란·북한 국기. 사진 조지부시센터 홈페이지 캡처

대만 싱크탱크 “중난하이 협상 시나리오 파산”

반면 대만 전문가는 이란 사태로 중국의 협상력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의 쑤쯔윈(蘇紫雲) 국방전략 및 자원연구소 소장은 “베이징은 중동에서 전략적 지렛대를 잃었고, 중국산 무기가 효력이 없음이 증명됐으며, 싼 에너지 공급원까지 잃었다”며 중국의 피해를 열거했다. 또 “미국은 중동에 발목이 묶이면 인도·태평양에 쏟을 여력이 없다는 가설을 불식시키면서, ‘제한적이지만 정확하게’ 여러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능력까지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쑤 소장은 중동 전쟁을 배경으로 열리는 트럼프·시진핑 회담은 “‘관계 개선’의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전략적 오판을 피하기 위한 위기관리 회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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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3월 10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왕이(가운데) 중국 외교부장이 알리 삼카니(오른쪽)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서기, 무사드 빈 모하메드 알 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이 회담에 앞서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치평론가 쑹궈청(宋國誠) 대만 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고급연구원은 2일 대만 상보(上報)에 “미군이 ‘중난하이(중국 최고 지도부의 집단 거주지)의 협상 시나리오’까지 폭격했다”는 제목의 칼럼을 싣고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의 기존 각본이 어려움에 부딪쳤다고 주장했다. 쑹 연구원은 “수십 년 동안 중동은 이란과 헤즈볼라·후티·하마스로 구성된 ‘저항의 호(弧)’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그림자 전쟁’을 펼치고, 서방은 제재로 대응해 왔다”면서 “미국이 이번 ‘참수 작전’으로 중동 혼란의 근원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대리 전쟁모델’은 끝났다”고 분석했다.

쑹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중국의 중동 전략은 ‘25년 석유 계약’과 같은 경제 통합과 2023년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복원이라는 중재 외교를 이끈 평화의 사자로 포장했지만, 실제는 ‘반(反) 서방 대리체제’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며 “이제 석유 계약은 무산되고 투자금까지 날아가면서 중국이 ‘전략적 폐허’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노렸던 이른바 ‘대만 거래 이론’ 역시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경제적·지정학적 이익을 주고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양보하는 ‘대타협(그랜드 바겐)’을 유도했다”며 “하지만 이번 미국의 군사행동은 이란의 핵시설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략적 의도까지 무산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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