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젠 2D가 판타지" 케데헌과 오스카 놓고 경쟁하는 프랑스 애니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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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애니메이션 '아르코' 속 한장면. [판씨네마]
디즈니와 픽사의 나라, 미국의 애니메이션에 프랑스 작품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올해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의 후보작 5편 중 2편이 프랑스 작품이다. 11일 국내 개봉을 앞둔 '아르코'와 지난 1월 개봉한 '리틀 아멜리'로, 두 편 모두 2D 애니메이션이다. 매끈한 질감의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고전적인 2D 애니메이션이 주목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오는 1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소니·넷플릭스), '주토피아2'(디즈니), '엘리오'(픽사), '아르코'(리멤버스·마운틴A), '리틀 아멜리'(이키 필름·메이비 스튜디오)가 경쟁을 벌인다. 이 중 프랑스 작품인 '아르코'와 '리틀 아멜리'는 나머지 세 편의 미국 애니메이션과 그림체부터 다르다.
러닝타임 88분인 '아르코'는 기후위기로 지구가 망가진 탓에 사람들이 구름 위에 집을 짓고 사는 2932년, 소년 아르코가 누나의 망토를 훔쳐 가족 몰래 시간 여행을 떠나며 시작된다. 공룡을 보겠다며 집을 떠난 소년은 2075년 잿빛 지구에 불시착한다. 그곳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소녀 아이리스가 있다. 타지에서 일하는 부모는 매일 밤 홀로그램으로 나타나고, 집안일 로봇이 그리움의 허기를 겨우 달래줄 뿐이다. 그런 아이리스의 눈앞에 무지갯빛 망토를 입고 숲속에 쓰러져 있던 아르코는 보호 본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아르코' 속 한장면. [판씨네마]
SF 판타지 애니메이션인 만큼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기상 이변이 일어날 때마다 거대한 버블이 건물을 감싸며 보호하는 모습이나, 생활의 동반자가 된 로봇의 모습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색감은 고전적이다. 특히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무지갯빛은 컬러 TV 초기 시기에 쓰이던 '테크니컬러(Technicolor)'다. 묵직하고 채도 높은 원색이 투박하게 펼쳐지는 게 특징이다. 실제 '아르코'를 공동 제작한 우고 베엔베누 감독은 자신의 스튜디오 '리멤버스'를 소개할 때 "디지털의 매끈함보다 1970~80년대의 종이 잡지와 필름이 주던 질감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아르코'는 97회 전미비평가위원회(NBR) 장편 애니메이션상, 제49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영화제 작품상과 사운드트랙상, 유럽영화상(EFA)에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제83회 골든글로브, 제31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장편 등에서 후보에 올라 이미 '케데헌'과 수차례 맞붙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아르코' 속 한장면. [판씨네마]
수채화에 담은 세 살의 시선
반면 '리틀 아멜리'는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아름다움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프랑스 문단에서 활약하는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59)의 자전적 소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이 원작이다. 세 살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삶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수채화 같은 그림체에 담았다.
애니메이션 '리틀 아멜리' 속 한 장면. [영화사 진진]
러닝타임 77분인 '리틀 아멜리'는 일본의 작은 산골 마을에 자신을 신이라 믿은 벨기에 아기 아멜리가 탄생하며 시작한다. 생명이 태동하는 봄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겨울까지 매해 다른 색감을 뿜어내는 일본의 사계절을 온몸으로 탐험하며 점차 자기중심적 사고가 주변으로 확장된다. 일본인 이모 니시오와 우정을 쌓는 기쁨, 그리고 이별의 슬픔을 겪는 모든 '첫 순간'들을 유아기의 천진난만한 시선으로 해석한다.
'리틀 아멜리'는 선과 색이 선명한 '아르코'와 달리, 파스텔 톤의 색이 번지는 기법으로 영상미를 극대화했다. 이는 기억의 저편에 있는 유아기를 떠올릴 때의 따뜻하고 흐릿한 잔상을 표현한 방식이다. 이는 관객에게 유아기의 기억을 무의식에서 되살리는 경험을 선사한다. 49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관객상, 제51회 LA비평가협회상 애니메이션상, 제73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유럽영화 관객상, 27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장편 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애니메이션 '리틀 아멜리' 속 한 장면. 일본인 가정부 니시오 이모(왼)가 아멜리와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있다, [영화사 진진]
한창완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2002년 오스카 시상식에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이 신설된 이후 수상작의 90%는 3D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다양성에 대한 갈증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며 "극장 애니메이션에 기대하는 판타지가 고전적이고 철학적인 2D 애니메이션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애니메이션계의 하버드라 불리는 고블랭 예술학교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정부 기관인 국립영화영상센터(CNC)가 예술성이 높거나 실험적인 작품에도 과감히 투자하며 다양한 작품 제작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아르코'와 '리틀 아멜리' 감독 모두 고블랭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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