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동시다발 중동 공습하며 호르무즈 위협…전세계 ‘에너지 쇼크’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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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의 정유 시설이 드론 공격 이후 피해를 입은 모습. 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에 전면 보복을 공언한 이란의 포문이 중동 곳곳의 석유·가스 시설로 향하고 있다. 전쟁이 무력 충돌에서 세계 에너지 안보 위기로 번졌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중동의 핵심 에너지 자산(Key Energy Assets)이 공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핵심 에너지 자산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중동 대표 산유국의 에너지 인프라다. 투르키 알말리키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오전 동부 해안 라스 타누라(Ras Tanura)의 정유 시설을 공격하려던 드론 2대(이란 공습 추정)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정유 시설에 드론 잔해가 떨어지며 화재가 발생했고, 일부는 가동을 중단했다. 위성 사진에선 검게 탄 정유 시설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라스 타누라에는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중동 최대 규모 아람코 정유시설이 있다. 이곳이 타격을 입을 경우 아시아·유럽행 원유 선적에 즉각 차질을 빚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같은 날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 라판(Ras Laffan)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도 가동을 중단했다. 카타르는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라스 라판엔 세계 최대 규모 LNG 설비가 있다. 한국도 카타르 LNG에 의존한다.

사울 카보닉 MST 마퀴 에너지 리서치 총괄은 FT에 “카타르의 LNG 공급을 대체할 방법은 없다”며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거나 인프라가 손상될 경우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중단한) 2022년보다 더 큰 가스 시장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동시다발 중동 공습엔 여러 노림수가 있다. 미군 기지를 직접 타격하려면 촘촘한 요격망부터 뚫어야 한다. 만약 공습에 성공해 대규모 피해를 줄 경우 미국과 지상군 투입까지 포함한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중동 에너지 인프라 공습은 미국과 전면전에서 한 발 빗겨나면서 미국 뿐 아니라 유럽·아시아까지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의 위협도 한층 거세졌다. 에브라힘 자바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보좌관(소장)은 이날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했다”며 “혁명수비대와 정규 해군이 호르무즈 통과를 시도하는 어떤 선박이든 불태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단 한 방울의 석유도 (호르무즈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르무즈는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에너지 동맥’이다. 이곳이 막힐 경우 국제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 이란은 해군력을 바탕으로 호르무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다만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틀 전만 해도 이란 정권은 오만 만에 11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제로(0척)가 됐다”며 이란 해군을 궤멸했다고 주장했다.

물류는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의 제러미 닉슨 최고경영자(CEO)는 “선박 750여 척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다. 이 중 100여 척이 컨테이너선”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을 한 달 간 중단할 경우, 유럽에서 유가가 두 배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중동행 화물 예약을 중단하고 우회 항로를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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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이 수시로 꺼내 든 위협이지만, 산유국 공습은 예상치 못한 반격”이라며 “세계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과거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과 다른 차원의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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