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 전쟁의 숨은 승자는 러시아?…혼란 틈타 이란 지원·헝가리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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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동 확전으로 요동치는 국제정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란에 군사적 기술을 조언하고,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 총리의 연임을 위해 공작을 벌인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국제 여성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CNN은 11일(현지시간) 서방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이란에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미국과 걸프 국가를 겨냥한 구체적인 드론 전술과 표적 설정, 타격 조언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축적한 ‘드론 떼공격(swarms of drones)’ 운용 경험이 중동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해상 드론이 미 항모전단이나 호르무즈 해협 선박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가 위성 정보를 활용해 중동 내 미군 위치 정보를 이란에 전달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이를 두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온 정보·무기 지원에 대한 장기적인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약 660억 달러(약 97조원) 이상의 군사 지원을 제공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패키지는 중단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전사자 유해 반환식에서 이란 공습 작전 중 사망한 미 육군 예비군 준위 로버트 마르잔(54)의 유해가 담긴 운구함을 옮기는 육군 운반팀에게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AP=연합뉴스
러시아의 계산은 분명하다. 이란이 미국과 걸프국들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 압박을 높일수록 서방의 방공 자산과 외교 역량은 중동으로 이동한다. 그 공백만큼 우크라이나 전선의 부담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의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정상회의 의장은 지난 10일 브뤼셀 연설에서 “중동 전쟁의 승자는 러시아뿐”이라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러시아는 전쟁 자금을 더 확보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군사 역량은 중동으로 분산되며 국제사회의 시선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동 전장은 점점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는 양상이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에 우리 방공 전문가팀을 급파했다”고 밝혔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사용해온 이란제 샤헤드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노하우와 요격 기술을 축적해 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회사 제너럴 체리의 교관이 러시아 공격 드론을 격추하도록 설계된 대공 요격 드론의 작동법을 시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민간 기업 건물 잔해를 치우는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 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현지 당국은 3월 11일, 하르키우에 대한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선에서도 교전은 여전히 치열하다. 11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브랸스크의 핵심 미사일 부품 공장 ‘크렘니 엘’을 타격해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전쟁 장기화에 따라 양국은 군력 보강에도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아프리카 청년들에게 취업이나 유학을 미끼로 접근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내는 등 병력 보강에 나섰다. 일부는 입대한 지 수개월도 지나지 않아 숨진 사례도 있다고 한다. 전쟁 장기화로 고갈된 병력 풀을 해외 취약계층으로 메우는 셈이라는 평가다. 우크라이나는 중국산 부품 의존을 낮춘 드론 생산 능력을 키우며 이른바 ‘차이나 프리(China Free)’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장기전을 대비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헝가리 총선 공작설

지난해 11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는 전장 밖에서도 분주하다. 크렘린궁이 내달 헝가리 총선을 앞두고 오르반 빅토르 총리 재선을 돕기 위해 친러·반EU·반우크라 서사를 현지 인플루언서망에 퍼뜨리는 비밀 여론 공작을 승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는 서방 제재 대상인 크렘린 연계 미디어 컨설팅 회사 ‘소셜 디자인 에이전시’가 제안한 계획으로, FT가 관련 문서를 입수했다.
오르반을 헝가리의 주권을 지키고 세계 지도자들과 동등하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묘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가 설계한 메시지를 헝가리 내부의 목소리처럼 보이게 유통시키고 경쟁자인 페테르 머저르를 ‘브뤼셀의 꼭두각시’로 몰아가는 방식이다. 다만 헝가리 정부는 러시아 개입 의혹을 “좌파의 허위 주장”이라며 부인했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가짜 뉴스에 근거한 결론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친러 성향인 오르반 총리는 그동안 EU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6일엔 현금 약 4000만 달러(약 592억 원)와 3500만 유로(약 597억 원), 금 9㎏을 운반하던 우크라이나 오슈차드 은행 직원 7명을 자금 세탁 혐의로 억류시켜 “강도 행위”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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