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국방도 "예상 못했다"…오락가락 트럼프, 이란전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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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켄터키주 헤브론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이겼다며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임무를 마무리할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켄터키주 헤브론을 찾아 한 연설에서 “너무 일찍 이겼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가 이겼다. 첫 시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해군 함정 58척 격침, 미사일의 90%와 드론의 85% 파괴 등 미군이 거둔 성과를 과시한 뒤 “너무 일찍 떠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일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겼다…그러나 일 끝내야”
앞서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나눈 대화에서는 ‘임무 완료’ 선언 시점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공격 표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며 “전쟁은 내가 끝내고 싶을 때 언제든 끝날 것”이라고 했다. 종전 시점이 본인 결단에 달려 있다는 점만 강조한 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전쟁 종료의 문턱을 낮춰놓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작전을 끝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승리를 기정사실화해 놓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더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셀프 종전 선언’을 하는 방식의 출구전략이라는 의미다.
NYT “美의 오판…핵심변수 잘못 짚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일관성이 없이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조기 종료를 처음 시사한 9일 하루 뒤인 10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이란에 대한 공격이 오늘 가장 격렬한 날이 될 것이다. 적이 완전히, 결정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쟁이 거의 끝나간다는 대통령 말과는 다소 동떨어진 얘기였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에는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유조선을 미 해군이 성공적으로 호위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백악관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빈번해진 이 같은 혼선을 놓고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전쟁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이 이란 전쟁을 앞두고 핵심 변수들을 잘못 판단했다는 의미다.
오판① 반격 수위 과소평가
먼저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대응 수위를 과소평가한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은 공습 이후 이란의 반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지만, 개전 이후 걸프지역에 산재한 미군 기지, 이스라엘 인구 밀집지역이 잇따라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는 등 보복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최근 브리핑에서 “이란의 반응을 정확히 예상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이를 일부 시인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과의 핵협상 국면에서 미군의 기습적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핵시설이 공격받은 경험을 통해 군사적 대응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의 군수물자 소진 속도도 예상보다 빠른 상황이다. 국방부는 최근 미 연방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개전 첫 이틀 동안 56억 달러(약 8조3000억 원) 상당의 탄약을 소진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다.
또 국방부의 10일 의회 보고 자료에 따르면, 이번 군사작전 첫 6일 동안에만 최소 113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사전 준비 단계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 비용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NYT는 “이번 사태는 이란이 생존 위협으로 간주하는 이번 전쟁에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의 판단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짚었다.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태국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가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오판② 유가 쇼크 과소평가
미국의 가장 뼈아픈 오판은 ‘기름 전쟁’의 역습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지난달 18일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개입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오던 시점에서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전쟁이 발생하더라도 중동 석유 공급 방해 및 에너지 시장 혼란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진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이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해 이번 전쟁을 ‘글로벌 경제전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경고를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 위험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이란 정권의 수뇌부를 제거하는 임무에 비하면 중대한 문제는 아니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김경진 기자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발포하겠다는 이란 위협에 이어 실제로 11일 하루에만 해협 일대에서 선박 4척이 피격된 일이 벌어졌다. NYT는 “걸프지역의 상업적 해운은 마비 상태에 빠졌고, 유가는 급등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기름값 상승을 촉발한 경제 위기를 진정시킬 방안을 급히 모색 중”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오판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뒤늦게 해협 운항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하룻밤 사이에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부설함 거의 전부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전략비축유 중 1억7200만 배럴 방출을 결정한 것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급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로 분석된다.
오판③ 이란 체제 변화 예측 오류
이란 제3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개전 후 이란 내 정치 지형 변화 예측도 빗나갔다는 지적을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군 보좌진은 이란의 고위 지도부를 제거하면 보다 실용적인 지도자들이 권력을 장악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결과는 이와 거리가 멀다. 이란은 사망한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에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세우며 체제를 유지했고, 충성 맹세가 이어지는 등 강경파가 더욱 결집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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