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약과 영양제 사이...'구독 경제'가 된 건강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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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구독 사회
정재훈 지음
에피케

‘약’과 ‘건강기능식품’(영양제) 사이에는 경계가 애매한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식품’이라는 꼬리표가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준다. 그 틈을 현대 자본주의의 ‘건강 마케팅’이 파고든다. 사람들은 약을 먹을 때는 독성이나 간 수치를 걱정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많이 먹어도 안전하다고 믿으며 매달 ‘정기 구독’을 유지한다.

약사 출신의 작가 정재훈은 “많이 먹어서 안전한 음식은 없다”는 상식을 확인시키면서 무분별한 영양제 구독 습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의 신간 『건강 구독 사회』는 현대 사회에서 ‘건강’이 어떻게 거대한 자본의 비즈니스 모델(구독 경제)로 변모했는지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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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알약의 이미지. 셔터스톡.

대개 부작용까지 상세히 적어놓는 전문 의약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에는 ‘보여주고 싶은’ 데이터만 적혀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대중이 맹신하는 ‘데이터 마케팅’의 속살을 드러낸다. 기업이 홍보하는 ‘통계적 유의미성’이 실제 우리 몸에는 얼마나 미미한 수준인지, 또 ‘천연’과 ‘식물 유래’라는 감성적 단어가 어떻게 과학적 근거를 가리고 대중을 현혹하는지 조목조목 파헤친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불안의 외주화’에 대한 분석이다. 내 몸의 피로 원인을 수면 부족이나 생활 습관에서 찾기보다, 영양제라는 상품을 구독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는 심리를 꼬집는 것이다. 데이터 마케팅과 불안의 외주화가 만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는 셈이다.

현대인에게 의료가 아픈 곳을 고치는 ‘치료’만 목적이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남들보다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고,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신체를 개조하는 ‘튜닝(tuning)’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 마치 기계의 부품을 갈아 끼우듯, 각종 영양제를 구독하며 내 몸의 성능을 최적화하려 애쓴다. 산업계는 이 튜닝의 욕망을 정교하게 활용한다.

저자는 구독 시스템을 부수는 거창한 혁명 대신, 개인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과 ‘기본적인 식습관’으로의 회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영양제 캡슐 속에 숨겨진 불안을 걷어내고, 적게 먹으며, 데이터보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신뢰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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