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디지털 미래의 연애 풍속 그린 시부터 애끓는 사랑의 시까지[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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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금지
사랑 금지 포고령, 사랑할 자유를 위하여
이진우 지음
달아실
거제의 시인 이진우는 언어만 빚지 않는다. 흙이 아니라 물을 다루는 직종이라고 스스로 표현하는, 도예가가 제2의 정체성이다. 언어와 진흙의 연금술을 꿈꾼다고 해서 그가 몽상가인 것은 아니다. 시인은 침묵을 사랑하는 자라고 배운 세속의 교훈이 언제나 불편했다고 '시인의 말'에서 고백한 것처럼, 세상의 변화와 인간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큰 듯하다.
그런 사정이 11년 만에 펴낸 새 시집의 제목에 반영돼 있다. '사랑 금지 포고령'은 AI 진화가 가령 특이점에 도달한 미래, 가상의 습속을 가리킨다. 번거로운 데이트·결혼·출산·육아에서 해방돼 디지털 사랑만 허용된 세계다. 위반하면, 그러니까 포고령을 무릅쓰고 사랑을 감행하면 처벌받는다. 접속 차단, 시스템에서의 분리다.
그렇다고 시집이 디스토피아 미래상만 주워 담은 건 아니다. 3부에서는 세상살이의 고통, 2부에서는 그 고통을 달래는 과정에서 체득한 말하자면 인생 철학을 펼쳐 보인다. 그런 마음의 움직임이 시집 제목의 나머지 절반에서 다짐한 '사랑의 자유'를 향해 가긴 할 것이다.
'매화와 앵두 사이'는 애끓는 사랑시. 일독을 권한다. '머무는 평화'나 '그 님 오셨다' 같은 시편들은 억겁 인연, 피안의 세계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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