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미서 흥행 중인 ‘어쩔수가없다’…미국인 심금 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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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쩔수가없다' 한 장면. [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북미에서 1000만 달러 수익을 돌파하며 박찬욱 감독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13일 미국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이날 기준 1001만1860달러(약 149억원)다. 심형래 감독의 '디워'(1098만 달러) 기록을 넘으면 국산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6027만 달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5385만 달러)에 이어 국내 작품 중 북미 흥행 기록 3위에 오르게 된다.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초기였던 지난해 말엔 5개 도시 13개 극장에서 조촐하게 개봉했지만, 약 20일 만에 스크린 수를 695개로 확대(1월 16일)하며 미국에서 잔잔한 흥행을 이어왔다.

누적 흥행 수익 1000만 달러 돌파, 박찬욱 감독 최고 기록

'어쩔수가없다'는 제지 공장에서 25년간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던 평범한 가장 만수(이병헌)가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재취업을 위해 1년 넘게 노력했지만 쟁쟁한 경쟁자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보다 뛰어난 경쟁자를 직접 제거하기 위한 광기 어린 계획을 세운다. 박찬욱 감독은 만수가 생존을 위해 벌이는 처절하고 아이러니한 사건들을 특유의 기괴하고 아름다운 미장센과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어쩔수가없다'는 국내에선 대체로 평가가 박했던 작품이다. 지난해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300만명을 못 넘겼고 관람평도 호불호가 갈렸다. "재미도 의미도 모르겠는 지루한 영화"라는 평가도 많았다. 평단도 "블랙 코미디의 정수"라는 극찬과 "캐릭터 활용이 아쉽고 호흡이 늘어진다"는 평가로 엇갈렸다.

반면, 미국에선 평단도 관객도 좋은 반응을 보인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토마토미터(평단) 97%, 팝콘미터(관객) 93%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초기 토마토미터는 100%까지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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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이 지난해 10월 런던 영화제에서 열린 '어쩔수가없다' 시사회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이는 영화에 흐르는 정서와 메시지, 연출에 쓰인 장치가 미국인들에게 와 닿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영화는 미국 베스트셀러 소설 '액스'(The Axe)를 원작으로 한다. 또, 만수 가족을 포함한 영화 속 인물들이 한적한 단독 주택에서 사는 모습은 한국보다는 미국 중산층에 가깝다. 박찬욱 감독도 지난해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만큼,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가 미국에서 가장 잘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실제 미국에서 촬영하고 싶었지만, 투자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한국에서 연출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등으로 인한 중산층 직종 대량 해고가 현실화하는 상황도 일자리를 잃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만수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일으키는 요소로 풀이된다. 민용준 영화평론가는 "미국은 토크쇼 등에서도 상당히 독한 수위의 농담을 즐기는 문화가 있다"며 "실업에 내몰린 만수라는 캐릭터가 벌이는 끔찍한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일종의 '독한 농담'이, 블랙 코미디 장르에 익숙한 미국인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갔을 것"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은 일종의 사회적 죽음과 마찬가지이며, 경쟁자를 제쳐야 하는 구직 과정도 '타인이 죽어야 내가 사는' 실질적인 생존 경쟁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방식에 공감한다는 얘기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모든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국제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려는 연출 의도를 가진 작품이라 한국 관객의 감정선에선 멀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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