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리딩방·보복대행 범죄 한통속?…배민은 ‘10만원’ 보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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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수도권에 거주하는 A씨의 집에 인분과 전단이 뿌려져 있다. 사진 독자
돈을 받고 타인의 주거지에 위해를 가하는 보복 대행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이 보복 대행 조직이 다른 사기 조직과도 유착해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실제 보복 범죄를 당한 피해자 A씨는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리딩방 사기를 당하고 이를 신고하자 다음날 바로 보복이 가해졌다”며 “내 주소를 이미 알고 있던 2명이 갑자기 찾아와 집 현관문에 인분을 뿌리고, 래커칠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월 초 어느 날 새벽, 텔레그램의 한 투자 리딩방에 참가했다가 수천만원을 빼앗겼다”며 “이후 돈을 돌려 달라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개인 코치라 불리는 한 리딩방 운영책이 “고액을 벌게 해주겠다”고 했고, A씨가 이에 속아 수백만원을 수차례에 걸쳐 입금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이날 오전 8시쯤 은행에 상대방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을 했다. 이어 오전 9시엔 인천의 한 경찰서에 찾아가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A씨는 피해 구제를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7시간 뒤, 리딩방 사기 조직은 A씨에게 “지급정지 조치를 취소하라”며 협박성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관련 메시지 내역에 따르면 조직 운영책은 “XXX야, 정지 당장 풀어라” “너의 집 주소 OO이지? 다 알고 있으니 찾아가기 전에 완료해놓아라”는 취지의 연락을 수차례 했다. 하지만 A씨는 끝까지 지급 정지를 풀지 않았고, 다음날 새벽 보복 범죄가 시작됐다.
수도권 한 아파트에 붙어있는 보복 범죄 관련 안내문. 사진 독자
A씨는 “범죄 방식이 상당히 악랄해 가족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며 “아직도 공포감에 질려있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쯤 신원 미상의 복면을 쓴 인원 2명이 A씨의 집 앞에 찾아와 현관 앞에 인분을 투척했다. 이외에도 ‘A씨는 미성년자 성폭행범’이라는 내용과 A씨의 개인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는 전단을 수십장 만들어 이웃 세대 곳곳에 뿌렸다. 또, A씨 집 도어락에는 본드칠까지 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며 폐쇄회로(CC)TV를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몇 시간 후, 리딩방 운영책은 A씨에게 “선물은 잘 받았느냐”며 “더 좋은 거 보내줄게”라고 추가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이 때문에 가족이 다같이 한동안 숙박업소를 전전해야했다”며 “추가 보복이 무서워 집의 계약이 남아있음에도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고객 정보를 빼돌려 이른바 '보복 대행 범죄'를 벌인 일당 가운데 공범이자 총책인 30대 남성 정모씨가 28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경찰은 리딩방 사기 조직과 보복 대행 조직이 유착됐거나 사실상 같은 조직일 가능성에 주목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A씨의 경우, 리딩방 조직의 협박과 배달의민족(배민) 외주협력사에서의 주소 조회가 동일한 날 이루어졌다고 한다. 앞서 지난 28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한 조직원을 배민 외주사 상담 직원으로 위장 취업시켜 고객 정보를 빼돌린 조직 총책을 붙잡아 구속했다
본지가 확인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외주사 측은 29일 오후 A씨에게 전화해 “주소가 협박 당일에 조회된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이어 “무단 조회를 한 직원은 현재 수사 기관에 넘어가 수사를 받고 있다”며 “추가 피해가 없도록 꼼꼼하게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인천의 한 일선서는 최근 A씨의 집에 피해를 준 신원 미상의 인원 2명을 붙잡아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서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붙잡은 총책이 A씨에게 피해를 준 피의자들의 상선일 가능성이 있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며 “또, 상선이 여러 명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 측 “10만원 쿠폰 보상”…피해자 “제대로 된 사과 없어”
한편, 정보가 유출된 배민 측의 보상안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8일 총책이 구속된 이후, 배민 측이 정보가 무단 조회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용자에게 ‘10만원 쿠폰’을 피해 보상 수단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한 피해자는 “배민 쪽에서 내 정보가 유출된 줄도 모르고 그간 계속 사용을 해왔었다”며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10만원 쿠폰으로 퉁치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의민족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뉴스1
배민 외주업체는 이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고객님께서 느끼셨을 불안감에 대한 책임감으로 내부적으로 마련된 피해보상 가이드라인 중에서 가장 높은 기준 금액으로 측정해서 저희가 지급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것은 아니다”며 “특정 상담사의 무단 조회일 뿐, 현재는 해당 상담사의 계정 접근도 완벽히 차단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통화에서 “무단 정보 조회 가능성이 있는 분들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의미로 포인트를 지급해 드린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적극적인 보상 및 지원 방안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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