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시아 도발? 강온 전략?…쿠바에 유조선 허용한 美 속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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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정전으로 불빛을 찾아보기 힘든 쿠바 아바나 시내 모습. AFP=연합뉴스
중동 전쟁을 틈탄 러시아의 도발일까, 미국의 의도적인 모른 척일까.
약 75만 배럴(약 1억2000만L)의 원유를 담은 러시아 유조선이 미국 해안경비대의 허가 아래 이르면 30일(현지시간)쯤 쿠바 항구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익명의 미 관리는 해안경비대가 러시아 국영 해운업체 소브콤플로트 소유 유조선 아나톨리 콜로드킨호의 이동 경로 인근에 2척의 경비함을 배치했지만, 해당 선박에 대한 저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선박은 러시아산 원유를 제3국에 운송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으로부터 대(對)러시아 제재 대상 선박으로 등재돼 있다.
미국이 왜 러시아 유조선의 쿠바 입항을 막지 않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쿠바 경제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서다. 유조선의 입항으로 경제난에 처한 쿠바의 석유 비축량이 바닥나기까지 몇 주간 시간을 벌어줄 전망이다. 쿠바를 향한 봉쇄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면서도 일부 제재를 풀어 미국이 쿠바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강온(强溫) 양면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해당 유조선과 관련한 질문에 “그들(쿠바)이 필요로 하고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1척 분량의 화물을 가지는 건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어떤 나라가 쿠바에 석유를 보내길 원한다면 그것이 러시아든 아니든 나는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쿠바행 에너지 수출을 전면 차단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의 인도적 위기 해소를 위해 일정량의 에너지 공급은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 기업 소유 시호스호(홍콩 선적)는 지난 1월 키프로스 인근 해안에서 다른 유조선으로부터 넘겨 받은 20만 배럴 규모 러시아산 경유를 싣고 쿠바를 향하다가 미국의 보복을 우려해 항로를 틀었다.
이란과 전쟁에 신경이 쏠린 미국을 도발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미국안보센터(CNNAS)의 안드레아 켄달 테일러는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포함한 러시아 앞마당에 관한 사안을 포기하지 않는 한, 러시아도 중남미를 완전히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쿠바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성조기와 쿠바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7일 중동 전쟁과 관련해 “미국의 군사력을 쓸 일은 절대 없을 테지만 가끔은 써야 할 때도 있다. 참고로 다음은 쿠바”라고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이란과 전쟁 와중에 갑작스레 쿠바를 언급해서다. 트럼프는 지난 16일에도 “미국이 쿠바를 접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베네수엘라(1월), 이란(2월)에 이어 쿠바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쿠바가 에너지 원자재를 수입한 것은 1월 9일 멕시코로부터 석유를 들여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미국의 전면 봉쇄로 석유·가스 공급이 끊긴 상태다. 지난 16일에는 국가 전력 시스템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물가가 치솟고 정부 식량 배급까지 막혀 민심이 흔들리자 교황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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