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전, 중국에 큰 타격”…이 예측, 완전히 뒤바뀐 이유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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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지상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다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값싼 이란 석유에 기대온 중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였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며 중국이 안보·경제 분야에서 외려 이득을 얻을 공산이 커졌단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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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은 중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중국은 패권 경쟁에서 이 분쟁을 유리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역시 “현재로서 베이징은 잃을 것이 거의 없다”고 짚었다.

美 안보자산 중동으로...중국 전략 공간 넓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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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난 1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 기지 모습. 뉴스1

주요 외신이 이같이 예측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보적 측면에 있다. 미국은 2011년 외교·군사 정책의 중심을 중동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하겠다며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선언했지만, 다시금 중동 수렁에 빠진 모습이라서다.

실제 동아시아의 미 안보 자산 일부가 중동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전략 공간은 넓어진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서태평양으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중국을 미국이 막아왔는데, 미 전략 자산들이 (중동으로) 이동하며 중국은 안보 전략 차원에서 상당히 마음이 편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현재 중국이 대만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건 아니지만, 대만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미사일 재고 회복에 수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미국의) 대만 방어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다.

군사 전략에선 실질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지정학 전문매체 모던디플로머시는 “중국이 그간 이란에 제공한 공중 탐지 레이더 등 각종 군사 기술·장비의 실전 성능을 시험하는 기회”라고 보도했다. 더불어 이란 전쟁은 중국이 미군 전략을 학습할 기회이기도 하다.

원유 비축량 세계 최대규모...그린테크 장악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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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홍콩의 한 항구에 정박해 있는 중국 국적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아쉬울 게 없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지만, 중국은 수년간 원유 비축량을 공격적으로 늘린 덕에 충격이 덜한 편이다. 원유 비축량이 세계 최대규모로 12~14억 배럴에 달한다. 약 4개월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장기계약한 덕도 크다. FT는 “(상대적인 유가 안정 등으로) 중국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이 당분간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호르무즈해협에서 통행료를 받겠다고 나선 이란이 위안화로 적극 거래할 경우 중국의 오랜 숙원사업인 ‘페트로 위안(석유 위안화 결제)’이 제한적이나마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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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이 파괴된 모습. AFP=연합뉴스

전쟁 이후 전망도 좋다. 유가를 뒤흔든 이란 전쟁으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며 중국이 관련 산업(그린테크)을 장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의 글로벌 제조능력 약 70%를 쥐고 있어서다. FT는 “최근 중국 주요 배터리 업체 3곳의 시가총액이 70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으로 담수화·정유시설 등 인프라가 파괴된 걸프국에서 추후 재건에 나설 시 중국이 앞장설 확률이 높다는 분석(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도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할 희토류의 가치가 더욱 커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쥔 중국이 통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사우스 중국 의존도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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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로 반전 구호가 널리 퍼졌다. AFP=연합뉴스

외교 분야에서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일단 전쟁으로 약화한 이란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란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거점인 데다 인구 9000만의 거대 시장이라 그 의미가 크다. 또, 미국이 명분 없는 전쟁을 벌였다는 논란이 계속되며 걸프국은 물론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중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 인남식 교수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과 멀어지는 사이 중국의 역할 공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물론 긍정적 전망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해 자재 가격 등이 치솟으면 수출이 중요한 중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FT는 “자칫 세계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져 수요가 급감할 경우 중국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경우 더욱 문제”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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