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룡은 제 친구"…교과서 표지오른 발달장애 16세 소년 안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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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군이 자신의 화실에서 공룡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안군의 화실은 자택 안방이다. 사진 가족
"공룡이에요. 제 친구예요." 발달장애(자폐 스펙트럼)를 지닌 안드레(16) 군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에게 공룡은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이자 마음을 나누는 친구다.
안군의 공룡 그림이 교과서 표지가 됐다. 최근 '2026년 특수학교용 초등 미술 국정 교과서(미래엔)' 표지 작가로 선정되면서다. 그의 공룡 그림은 5학년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표지를 단독으로 장식했다. 6학년 교과서와 지도서 표지에도 다른 그림과 함께 실렸다. 발달장애가 있는 10대 청소년의 그림이 교과서 표지를 장식한 것은 이례적이다. 예술계 관계자들은 안군의 공룡 그림에 대해 "화려한 색감과 생동감 있는 표현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가 교과서 표지 작가 선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교과서 표지에 실린 안군의 공룡 그림. 5학년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표지를 단독으로 장식했다. 사진 가족
안군이 공룡을 그리기 시작한 건 생후 33개월 무렵이다. 공룡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말보다 공룡 이름을 더 잘 익혔다고 한다. 또래보다 말이 늦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발달 지연과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안군의 공룡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다. 종이가 있으면 그렸고, 없으면 벽과 바닥, 옷에까지 공룡을 남겼다. 손에 잡히는 찰흙도 모두 공룡이 됐다.
안군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지금 만들고 있는 공룡이 안군이 가장 좋아하는 공룡이라고 한다. 사진 가족
부모는 전국의 공룡 박물관과 테마파크를 찾아다니고, 공룡 관련 책을 모으며 아들의 관심을 지지했다. 울산 자택 안방을 아예 아들 화실로 내어줬다. 가족 캠핑을 갈 때도 물감 세트를 챙겨갈 만큼 공룡 그림 그리기는 그의 일상이었다. 어머니 김석영 씨는 "아들이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마음의 이야기를 공룡 그림과 만들기로 쏟아냈다"고 말했다.
안군의 화실. 아들을 위해 가족이 안방을 내어줬다. 사진 가족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관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공룡 책을 펼쳤고, 쉬는 시간에도 공룡을 찾았다. 아버지 안주영 씨는 "공룡 그림이 많아지면서, 집에만 두고 보기에 아쉬워 공모전 같은 대회를 아내와 함께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드레군의 공룡 작품. 오른쪽 아래 'DRE'는 안군의 작품을 나타내는 일종의 도장이다. 사진 가족
안드레군이 만든 공룡 작품. 뒤에 내걸린 공룡 그림도 모두 안군이 그렸다. 사진 가족
재능은 성과로 나타났다. 2018년 세계학생미술대회 은상을 시작으로, 2022년 세이브더칠드런 기후위기 미술대회 대상, 2023년 꿈틔움 그림이야기 공모전 최우수상, 2024년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삼성증권 등 기업과 기관이 안군의 작품을 소장했다. 사회적 기업과 협업해 머그잔 같은 굿즈로도 제작됐다. 김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굿즈 수익 일부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돕는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군이 공룡 그림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끈다. 사진 가족
안군은 다음달 5일까지 울산 동구 문화공장방어진 스페이스에서 개인전 '공룡이 건네는 안녕'을 연다. 전시장에는 직관적이고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안군의 공룡 그림과 클레이 입체 작품 등 20여점이 전시된다. 안군이 붓이나 손으로 공룡 작품을 만드는 모습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2024년 부산 감천문화마을에서 열린 'Dream'을 시작으로 '꿈의 공룡', '모두가 주인공인 세상'으로 이어진 안군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안군의 공룡 그림과 공룡 클레이 작품. 안군은 공룡박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사진 가족
올해 고등학생이 된 안군은 이제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있다.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 전시라는 새로운 꿈을 설계 중이다.
안군은 이렇게 말했다. "공룡은 강하고 멋지고 예뻐서 좋아요. 공룡 친구들이랑 즐겁게 살면서, 멋진 공룡 박사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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