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땅과 물의 경계가 모호한 저수지, 사람 홀리는 공포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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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 '살목지'의 수인(김혜윤)은 로드뷰 재촬영을 위해 팀원들과 함께 살목지로 향하고, 그 곳에서 미스테리한 일들을 겪는다. 사진 쇼박스

8일 개봉하는 '살목지'는 음습한 기운의 공포가 서서히 스며드는 공포 영화다.

공포영화 '살목지' 이상민 감독 인터뷰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된 뒤 재촬영을 위해 살목지라는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기괴한 일들에 휘말리는 스토리다.

낚시꾼들의 잇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살목지의 로드뷰 사진에 사람 얼굴 같은 형상이 찍히자, 로드뷰 업체에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로드뷰를 재촬영하기 위해 PD 수인(김혜윤) 일행이 살목지로 향하는데, 이 곳을 먼저 다녀온 선배 교식(김준한)은 병가를 낸 후 연락이 끊긴다. 살목지에 도착한 수인 일행이 촬영에 들어가자, 표정과 말투가 예전과 다른 교식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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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 '살목지'는 괴담 마니아들 사이에 심령스폿으로 유명한 살목지가 배경이다. 사진 쇼박스

살목지는 충남 예산의 한 저수지로 괴담 마니아들 사이에 귀신이 나오는 심령 스폿으로 알려진 곳이다.

영화는 실제 장소에 얽힌 괴담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영화 '곤지암'(2018, 정범식 감독)의 맥을 잇는 공포물이다. 폐쇄된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곤지암'과 달리, '살목지'는 저수지라는 트인 공간을 배경으로 긴장감을 쌓아간다.

영화는 '함진아비' 등 단편 연출 때부터 호러 외길을 파고 있는 이상민(31) 감독의 첫 장편이다. 지난 달 2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물 배경의 공포 영화를 기획하던 중 살목지 괴담을 접한 뒤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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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살목지'를 연출한 이상민 감독. 사진 쇼박스

그가 살목지 괴담에 매료된 건, "물귀신에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가 결합된 형태의 일상 공포가 꽤 무섭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가 실제로 답사한 살목지는 "땅과 물의 경계가 모호한 곳"이었다.

"물속에서 자란 나무들이 섬뜩하게 보이고, 안개가 물 쪽으로 흐르는데, 마치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을 주더군요. 살목지를 생(生)과 사(死)의 길목이라 상정하고, 비슷한 공간을 찾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물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복수·죄책감·욕망 등 각자의 이유로 물 속으로 뛰어든다. 이 감독은 "물귀신이 사람을 홀리는 과정, 사람들의 입장에선 신념과 판단력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공포스럽게 표현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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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목지'는 로드뷰 촬영을 위해 살목지라는 저수지에 들어간 촬영팀이 미스테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스토리다.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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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 '살목지'의 수인(김혜윤, 오른쪽)은 로드뷰 재촬영을 위해 팀원들과 함께 살목지로 향하고, 그 곳에서 미스테리한 일들을 겪는다. 사진 쇼박스

영화에선 공포감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내비게이션, 360도 카메라 뿐 아니라 모션 디텍터, 고스트 박스 등 공포 체험 유튜버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장치를 적극 활용한다. 저수지의 돌탑은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며, 인물들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영화 '파묘'(2024, 장재현 감독) 자문을 맡은 고춘자 무속인에게 물어봤더니, 물가에 돌탑을 쌓으면 기운이 안 좋아 귀신이 모인다고 하더군요. 돌탑 위 칼이 꽂힌 쌀 사발과 새끼줄, 물에 빠진 영혼을 구제하는 '넋걸이' 의식 등 디테일 하나하나에 무속적 근거가 담겼습니다."

이 감독은 공을 들인 장면으로 물수제비 신을 꼽았다. 한밤 중 인물들이 재미 삼아 던진 돌이 수면 위를 스치는 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다 순간 정적에 빠진 뒤, 갑자기 어떤 물체가 되돌아오는 장면이다. "숨을 멎게 만들 정도의 적막감으로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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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목지'는 로드뷰 촬영을 위해 살목지라는 저수지에 들어간 수인(김혜윤, 왼쪽) 등 촬영팀이 미스테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스토리다. 사진 쇼박스

촬영장에서 겪은 기묘한 에피소드도 있다. 그는 "통화가 안될 정도로 휴대전화 전파가 약한 곳인데, 스피커 근처에서 전화 연결음이 들렸다"며 "돌탑 근처에서 꼬마 귀신을 봤다는 스태프도 있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처럼 관객들도 러닝 타임 내내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뢰와 믿음이 상실된 시대이다 보니, 누가 귀신 또는 괴물인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게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공포 아닐까요. 살목지에 갇힌 인물들이 느끼는 것처럼요. 앞으로도 현실과 접목된 공포물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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