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일본은 다졌다…우리는 다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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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축구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세계적인 강호 잉글랜드를 꺾고 기뻐하는 일본 대표팀 선수들. 오른쪽 사진은 오스트리아와의 원정 경기에서 패한 뒤, 깊은 고민에 빠진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 [AP=뉴시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오스트리아 원정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날, 일본은 적지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꺾었다. 북중미 월드컵을 두 달 여 앞두고 치러진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한일 양국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FIFA랭킹 25위)은 1일 빈에서 오스트리아(24위)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나흘 전 코트디부아르전 완패(0-4)를 포함해 올해 치른 두 번의 A매치를 모두 졌다.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도합 5실점했다.
일본(18위)은 달랐다. 같은날 강호 잉글랜드(4위)를 1-0으로 제압했다. 앞선 스코틀랜드전(1-0승)에 이어 2연속 무실점 승리다. 특히나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영국 런던의 ‘축구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를 무너뜨리며 새 역사를 썼다.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스리백 기반의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하지만 결과와 내용은 천양지차였다.
일본은 상대에 볼 점유율(3-7)을 내주는 대신 전광석화 같은 역습으로 맞섰다. 전반 23분 강한 압박으로 볼을 빼앗아 신속하게 돌진한 뒤 땅볼 크로스를 보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가 마무리했다. 영국 기브미스포츠는 “마치 뜨거운 칼로 버터를 자른 듯 매끄러웠다”고 묘사했다.
2018년 지휘봉을 잡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중심으로 일본은 효율적인 역습 기반의 전술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브라질전(3-2승) 이후 5연승 행진 중이고, 4경기가 무실점이다. 유럽 팀을 상대로도 8경기 연속 무패(7승1무)다. 우루과이·독일·스페인·브라질·잉글랜드 등 역대 월드컵 우승국을 상대로 6승을 거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갈팡질팡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강팀들과 맞붙을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 여름부터 스리백을 가동 중인데, 완성도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 오스트리아전 또한 롱패스와 손흥민(LAFC)의 뒷공간 침투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했다. 손흥민마저 3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모두 놓쳤다.
오히려 후반 4분엔 상대보다 수비 숫자가 많은 상황에서 뒷공간을 내주며 마르셀 자비처(도르트문트)에 결승골을 헌납했다. 리드를 허용한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전술 변화는 없었다. 일본이 스코틀랜드와 0-0으로 맞선 상황에서 공격 숫자를 파격적으로 늘린 3-1-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해 결승골을 터뜨린 것과 대조를 이룬다.
축구계 일각에선 홍 감독의 스리백이 수비라인을 내려 세우는 고전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부진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더불어 일부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혼란을 겪는 만큼, 하루 빨리 익숙한 포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 감독은 “월드컵 무대에서는 절대 한 가지 전술(포백)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면서 스리백 실험의 당위성을 항변했다.
이근호 해설위원은 “월드컵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우리 것’이 없다는 게 가장 슬프다. 확실한 플랜A가 완성돼야 하는데 아직 찾고 있는 느낌”이라 꼬집었다. 장지현 해설위원도 “우리에게 잘 맞는 옷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면서 “새 감독이 새 판을 짠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지막까지 변화를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축구대표팀은 ‘골 침묵에 빠진 손흥민 부활’이라는 무거운 숙제도 떠안았다. 소속팀 경기와 A매치를 통틀어 10경기 연속 무득점 중인 손흥민에 대해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냉정하게 (대표팀을) 내려놔야 할 때는 스스로 내려놓을 생각”이라고 밝혀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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