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전쟁 경제·에너지 위기 공동대응”…마크롱, 또 트럼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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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프랑스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한·불 정상회담을 하고 중동 전쟁의 여파로 인한 경제·에너지 위기 등에 공동 대응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파병 요청을 거절하며 미국과 각을 세웠던 마크롱 대통령은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한국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회담은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대화로 예정보다 길어졌다. 소인수 회담에 이어 진행된 확대 회담은 예정보다 40분이나 늦게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생기고 있는 여러 가지 글로벌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소인수 회담이 늦어진 것도 사실 그런 이야기들이 길어져서”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의 이란 공격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저희는 법치국가를 원하고 있고,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가치를 계속 수호하고자 한다”고 했다. 프랑스는 미국의 이란 공습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캐나다나 일부 민주적인 국가들, (미국의) 헤게모니를 원하지 않는 국가들, 그리고 현재 예측 불허 상황을 우려하는 국가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다”며 “우리 관계를 방위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더 강화하고, 우리가 중동 상황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6일(현지시간)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정상들. 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선 다자주의를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다자주의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상황이 상당히 불안정한 가운데 다자주의적 (문제 해결)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이) 다시 재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서도 “중국의 패권도 미국의 패권도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아시아·중동·유럽의 여러 국가가 함께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는 방안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지난달 31일 마크롱 대통령의 한·일 방문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으로 동북아시아 내 미국의 두 주요 동맹국이 안보 정책을 재고해야 하는 시점에 (마르롱 대통령의 순방이)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한·일 순방이 프랑스와의 유대 강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얘기다.
프랑스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EU 내 유일한 핵 보유국으로서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장 먼저 대미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적 자율성’ 기조를 채택해 외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니콜라 마스 오라노 CEO가 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한수원-오라노 협력 양해각서 교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중동 전쟁이 야기한 경제 및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자 정책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고 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중동 지역에서 석유 및 가스시설을 포함한 민간 인프라에 대한 최근의 공격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교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란뿐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지만 청와대는 “전쟁 자체를 우려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2004년 수립한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22년 만에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15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였으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며 “2030년 200억 달러 교역액 달성을 목표로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또 “신산업 투자를 늘려가며 현재 4만명 수준인 양국 투자 기업의 고용 규모도 향후 10년간 8만명까지 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양국은 핵심 광물, 원전,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위한 협정 개정안 3건, 양해각서(MOU)·협력의향서 11건을 체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국영 원전기업인 오라노 간 협력 MOU에는 원자력 연료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우주·방산 등 미래 안보 분야에서도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더욱 확대해 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프랑스는 방산 분야에서는 경쟁 관계지만, 세계 4위 도약을 꿈꾸는 K-방산이 유럽 대륙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프랑스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안보 위기 극복을 위한 한·EU 국방 협력 방안 토론회’에서는 단기 공백이 우려되는 프랑스의 차기 다연장 사업(FLP-T)과 관련해 이미 유럽 시장에서 검증된 국산 다연장 로켓 천무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구체적 의견도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한은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6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을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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